[씨네21 리뷰]
신현준의 변신이 돋보이는 <우리 이웃의 범죄>
2011-04-06
글 : 주성철

영화가 시작하면 뭐 하는 사람들인가 싶다. 동네 아줌마의 남편 흉을 들으면서 치근대고, 시끄럽게 대낮부터 막걸리에 취해서는 토악질을 해댄다. 알고 보니 한 마을의 형사들이다. 그렇게 마을 잔치 도중 뒷산에서 한 아이의 사체가 발견되고 조 형사(신현준)와 이 형사(이기우)가 사건을 맡게 된다. 하지만 신원확인 작업부터 순탄치 않고 사건은 꼬여만 간다. 그러던 중 아이의 아버지(전노민)와 어머니(왕희지)를 만나면서 살해된 아이가 자폐아였고 가족 내에서 큰 골칫덩이였음이 드러난다. 가족 모두 아이를 짐으로 생각했던 것. 그리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조 형사는 고민에 휩싸인다.

일단 신현준의 변신이 돋보인다. 능청스럽고 뻔뻔하며 별 생각 없어 보이는 소도시 형사의 모습은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나 <마지막 늑대>의 두 경찰, 그리고 <거북이 달린다>의 김윤석을 떠올리게 한다. 동네 아줌마에게 추근대고, 옷차림부터 형사와는 거리가 멀다. 조 형사가 수사팀 내의 ‘꼴통’이라면 그 아들 역시 학교에서 사고만 일으키는 학교의 ‘꼴통’이다. 이 형사의 아버지 또한 치매에 걸려 아들을 고생시킨다. 그렇게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끈질긴 애증의 관계는 조 형사와 이 형사를 거쳐 사건을 겪은 두 부자(父子)의 가슴 아픈 사연으로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고 할 만큼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에피소드들이 우스꽝스레 흘러가다가(개그맨 김현철과 남희석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살해된 아이의 가족사가 겹치면서 분위기는 급 반전된다. 그것은 자폐아를 둔 가정의 고난의 가족사다. 이후 반전의 모양새가 예상 가능하긴 하지만 억지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꽤 잔잔하고 소박하게 다가오는 가족 스릴러 영화다. 다만 인간적 냄새를 풍기려는 연출을 조금만 더 자제해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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