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톡]
[정주리] 김수미 선배님의 ‘미친 존재감’ 닮고 싶다
2011-04-13
글 : 주성철
사진 : 최성열
<노미오와 줄리엣> ‘나네트’ 목소리 연기한 개그맨 정주리

순간적으로 누군가 했다. 다소곳하게 원피스를 입은 모습에서 여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보던 개그맨 정주리의 모습은 없었다. 물론 인터뷰 도중 우리가 기억하는 그 모습이 터져나왔지만, 지금까지 실제 모습의 반만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니메이션 <노미오와 줄리엣>에서 입 큰 개구리 나네트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정주리는 극중 금지된 사랑에 빠진 노미오(이준)와 줄리엣(지연)의 로맨스를 지원하는 감초 역할이다. 말 많고 목소리 크며 허황된 로맨스를 추구하는 나네트 역으로 싱크로율 100%를 자랑한다. 이처럼 나네트는 TV에서 익숙한 정주리의 모습 그대로지만, 그녀는 이번 작품을 어딘가 분위기 반전을 위한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새로운 변신을 꿈꾸는 정주리의 꿈에 대해 들었다.

-TV 공개 코미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당신의 모습은 언제나 큰 제스처에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목소리 연기만으로는 답답하지 않았나.
=입 큰 개구리 나네트를 연기하면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다. 제스처는 물론 표정도 평소의 나처럼 연기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그런 모습들이 안 보이는 게 안타까울 뿐 답답한 것은 전혀 없었다. 내내 즐거웠다. 나로서는 관객이 나의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서 캐릭터를 더 즐겨주길 바랄 뿐이다.

-예전에 <가필드2>(2006)에도 목소리 출연한 적 있다.
=‘오리3’ 역할이었다. (웃음) 큰 비중은 아니었고 섹시한 오리 역할이었는데 걸어가는 장면에서 당시 유행어였던 ‘따라와~ 이리와~’를 했다.

-<노미오와 줄리엣>에는 거의 주연급으로 참여했는데 어떤 식으로 지도를 받았나.
=따로 지도해주는 성우 분이 계셨다. 계속 대사를 이어나가거나 입을 맞출 때의 호흡 등에 대해 잘 모르니까 부분부분 지도를 해주셨는데 참여한 사람 중에서 제일 빨리 끝냈고 칭찬도 많이 들었다. 나에게 예정된 시간이 6시간이었는데 3시간 만에 끝냈다. 긴 대사를 탁탁 끊어나가야 하는 장면에서 4줄, 5줄 이어질 때도 막힘없이 잘 가니까 성우 같다고도 하시더라. 그렇게 지도받고 따라하고 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작업이었는데 싱크로율 100%라는 평가까지 들으니 무척 뿌듯하다. (웃음)

-원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나.
=물론. 그런데 지난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에 괜찮은 작품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다 챙겨 보지 못해서 아쉽다. 좀 다른 얘기일 수도 있는데 내가 얼마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냐면 가끔 새벽에 잠들기 전 채널을 돌리다가 재능TV에서 <배추도사 무도사>가 나올 때면 이유없이 끝까지 보게 된다. 뭔가 심신이 정화되는 기분이랄까.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 유행어 ‘따라와’로 등장하던 때의 기억은 어떤가.
=보통 공연장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해보고 반응이 좋으면 그걸 TV 무대에 올리는 식인데, ‘따라와’는 그냥 대충 즉흥적으로 해본 건데 반응이 온 경우였다. 그날따라 ‘일단 올라가봐’ 하는 얘기에 큰 준비도 하지 않은 채로, 이상한 소리에 표정에 춤도 추고 정말 말도 안되게 했는데 그게 먹혔다. 현재 SBS <강심장> PD이자 당시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책임지고 있었던 박상혁 PD님이 공연장에서 나를 보고 뽑아준 분이기도 하다. 그때 우리가 했던 코너를 보시고는 한번 해보자, 준비한 거 검사받으러 오라고 하신 뒤 지금에 이르렀다. 얌전히 피부미용학과에 다니다가 개그맨 시험에 한번에 합격하고는 정말 정신없이 지냈던 시간들이다.

-개인적으로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김현정과 함께했던 ‘퀸카만들기 대작전’이라는 코너를 무척 좋아했다.
=현정 언니하고는 SBS 공채 8기 동기인데 나 역시 정말 좋아하는 베스트 코너 중 하나다. 앞으로 이런 파트너는 못 만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흡이 척척 맞으니 애드리브도 많이 했고 다 빵빵 터질 정도였다. 이상하게 그 뒤로 현정 언니하고 함께할 일이 없었는데 지금도 가끔 만나면 같이 뭐 한번 짜보자는 얘기를 한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 김현정과 정주리가 있었다면 KBS <개그콘서트>에는 강유미와 안영미가 있었다.
=영미 언니하고는 무척 친하다. 가끔씩 술도 마시면서 고민도 많이 털어놓는다. “그 사람 버라이어티에서 너무 안 받아주지 않아? 그치? 왜 그래?” 그런 얘기한다. 강유미 언니하고는 전에 우연히 홍대 근처에서 만난 적이 있다. 둘 다 양대 방송국 여자 개그맨 중 대표적으로 ‘동물적’인 개그맨들인데(웃음) 정말 얌전하게 ‘안녕하세요’, ‘저 팬이에요’, ‘홍대 사세요?’ 그러고 조용하게 헤어졌다. 나중에 클럽 같이 가자고 하고는 3년의 세월이 흘렀다.

-과거 출연한 단편영화를 본 적 있다. 이후 <초감각 커플>(2008)에도 우정출연했고 TV드라마 <탐나는도다>(2009)와 시트콤 <볼수록 애교만점>(2010)에도 모습을 보였다. 여러 다른 개그맨들이 그러하듯 정극 연기자로서의 욕심이 궁금하다.
=단편영화에 출연했던 기억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따라와’로 방송을 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인데 한 독립영화 감독님이 그것만 보고 캐스팅했었다. 한복까지 차려입고는 장면이 전환될 때 ‘따라와’라고 하는 거였다. (웃음) 그땐 막 연예계 생활을 시작하던 때라 방송이고 영화고 뭐고 아무 감도 없을 때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코미디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만으로는 장수할 수 없으니까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단계로 봐주시면 좋겠고, 충무로의 많은 감독님들께서는 최근 내가 출연한 에이트 이현 오빠의 <내꺼 중에 최고> 뮤직비디오도 좀 봐주시면 좋겠다. 소지섭씨와 정극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얘기는 다른 인터뷰에서도 너무 많이 얘기해서 이제 좀…. (웃음)

-장차 연기자로서 모델로 삼고 있는 배우가 있나.
=얼마 전 <사랑이 무서워>를 봤는데 김수미 선배님을 보고 미치는 줄 알았다. 사실 몇 장면 안 나오는데 다른 장면들을 다 잊게 만들 정도로 ‘미친 존재감’이었다. 확실한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기존의 코믹한 모습과는 다른 치매 연기를 한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보고 싶은데, 비중이나 역할을 떠나 자기만의 캐릭터로 다양한 감정을 뽑아내는 것 같다. 남자 선배 중에서는 김준호 선배가 생각난다. 정말 뭘 해도 그냥 웃기고, 남들이 하면 전혀 웃기지도 않을 장면들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 정말 어느 정도까지 해야 그 두분의 경지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암튼 어울릴 것 같다며 ‘연기 해보라’고 하면서 연락처 받아가신 PD나 감독님들 제발 연락 좀 주셨으면 좋겠다. 말로는 1순위, 0순위라고 하시고는 정작 나중에 ‘왜 연락 안 하시냐’고 물으면 “네가 바쁠 것 같아서”라고 말씀하시는데, 시간 많으니까 제발 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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