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팜므파탈로 불리는 여배우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에 어울리는 여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로렌 바콜을 제외하자면 팜므파탈로 불릴 만한 배우는, 오로지 샬롯 램플링이다. 영화광들이라면 레이먼드 챈들러 원작의 <안녕 내 사랑>(1975)에서 로버트 미첨의 포스에 조금도 눌리지 않았던 팜므파탈과 <엔젤하트>(1987)에서 미키 루크와 대적하던 주술 전문가를 기억할 것이다. 그녀는 남자를 유혹하는 대신 파멸시키며, 우리를 유혹했다. 물론 팜므파탈도 나이가 든다. 예순이 넘은 샬롯 램플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녀는 너그러운 아줌마로 늙는 것을 거부하고 여전히 원숙한 팜므파탈로 남아 있다. <스위밍 풀>(2003)의 신경질적인 여인과 <바빌론 AD>(2008)의 악마 같은 기업가를 떠올려보시라. <네버 렛미고>에서 램플링은 복제인간들을 교육하는 기숙사 학교의 교장을 연기한다. 그녀는 인자한 교장인가? 아니면 아이들의 인권 따위는 개의치 않는 악마인가? 영화가 끝나기 전까지 우린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샬롯 램플링은 여전히 치명적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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