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김도훈의 가상인터뷰] “짐승 같은 인간들아. 지구는 끝이다 끝”
2011-04-20
글 : 김도훈
<짐승의 끝>의 박해일

-대체 누구세요?
=저 말입니까? 그건 관객 여러분과 기자님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에이. 그러지 마시고 누군지 속시원하게 말씀 좀 해보세요. 영화를 보고나니 한 가지는 분명합디다. 천사 아니면 악마라는 거죠. 세상의 종말을 미리 알려주질 않나, 주인공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도 미리 예상하질 않나. 이런 건 그냥 사기꾼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거든요.
=기자님이 천사라고 하면 천사고, 악마라고 하면 악마겠죠 뭐. 단, 제 미모에 반해서 전화하셨다간 호통을 들을 겁니다.

-뭥미, 하나님의 세상에선 그런 유머도 먹히나봐요?
=크르릉.

-올드독(이라고 쓰고 늙은 개라고 읽는다)소리내지 마시고요. 하긴 천사랑 악마랑 다를 게 뭐가 있나 싶긴 합니다. 원래 대악마 루시퍼도 천사의 일족이었잖아요. 둘 다 날개가 달려서 징그럽긴 매 한가지고요.
=기자님이 그러니까 구원을 못 받는 거예요.

-구원이고 자시고, 전 라파엘로 그림도 프란시스 베이컨처럼 무서운데 어떡합니까. 그나저나 한 가지 정말 궁금한 게 있습니다. 2012년에 세상이 진짜 멸망할까요? 지진에 쓰나미에 원전에…로스웰 외계인 추락 사건이 진짜였다는 FBI 문서가 떡하니 공개되질 않나. 진짜로 내년 즈음 지구가 종말한다고 해도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멸망하면 뭘 어쩌실 겁니까? 혼자 용써봐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도 미리 알고 싶긴 합니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게 남아메리카 일주예요. 시간이 좀 걸리는 여행이라 실행하려면 회사를 때려치우는 수밖에 없거든요. 2012년이 종말이라는 확신만 서면 당장 출발을 할 텐데. 긴가민가해서 갔다왔다가 지구는 그대로고 저는 실직자고, 그런 건 곤란하거든요.
=가고 싶으면 그냥 가세요. 갔다와서 여행기라도 하나 써서 돈 버세요.

-그것도 좋네요. 혹시 이 글을 보시는 출판업계 여러분 중에서 빌 브라이슨 얼굴에 침뱉을 만큼 불평불만 가득한 남미 여행기 관심있으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가상인터뷰가 무슨 개인 홍보면인가요? 얄미워라.

-저도 먹고살아야죠. 어머,어머. 좀전에 무슨 소리 못 들으셨어요? 무슨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는데….
=지구가 울부짖는 소립니다. 자기도 좀 먹고살잡니다. 인간만 없으면 살 만하겠답니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