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우리 안에 내재된 통제할 수 없음을 직시하라 <더 라이트: 악마는 있다>
2011-04-20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진로 선택을 앞둔 마이클(콜린 오도노휴)은 장의사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신학교에 입학한다. 자신의 믿음에 심한 회의를 느끼고 학교를 그만두려던 마이클은 스승의 추천으로 퇴마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바티칸으로 간다. 신과 악마의 존재에 회의적이던 마이클은 그곳에서 루카스 신부(앤서니 홉킨스)를 만나고, 그와 함께 퇴마 의식을 진행하면서 차츰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영화는 믿음이 약한 신부가 악마의 존재를 경험하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마이클의 트라우마와 기억의 문제를 계속 자극하고, 심리의 변화과정을 꿈과 환상을 통해 변주하며, 그러한 기억작업은 마이클의 내면에 있던 악마의 존재를 이끌어낸다.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 중 하나는 악마의 문제를 호명의 문제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영화에서 퇴마의 과정은 악마의 이름을 알아내는 과정이다. 악마는 이름을 말하는 순간 사라진다. 이것은 곧 악마가 “네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택한 것이다”라고 말하듯이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비판과 맞닿는다. 이성의 기능은 분리에 있다. 인간에겐 모호함에 대한 공포가 있다. 악마는 이름을 말하면서 비로소 대상화되고 이성의 통제 안에 들어오며 모호함과 공포도 사라진다. 안다는 것은 개념화하는 것이며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개념화는 언어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모호한 형상을 언어로 바꾸는 과정에는 늘 공포가 전제되게 마련이다. ‘악마가 있다는 진실을 말하라’는 영화 속 경구는 결국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이성이 통제할 수 없는 모호함과 심연을 직시하라는 메시지를 암시적으로 우리에게 건넨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