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주목! 2002년 기대작 [5] - 김상진 감독의 <광복절 특사>
2002-01-04
글 : 이영진
그들은 너무 일찍 담을 넘었다

<광복절 특사>는 김상진 감독이 5년 전에 단돈 100원을 주고 사들인 아이디어다. <돈을 갖고 튀어라>로 데뷔하기 전, 그는 <아리조나 유괴사건>을 보다 조연으로 나오는 ‘띨띨하고 얼빵한’ 두 탈옥수 캐릭터를 부풀려 이야기를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막연했다. 그러던 차에 한맥영화 김형준 대표를 찾아갔고, “이런 저런 뻐꾸기를 날리던 차에” 그는 자신의 화두였던, ‘탈옥’과 ‘투명인간’ 아이템을 풀어놨다.

<광복절 특사>의 골조가 완성된 건 가만히 듣고 있던 김형준 대표가 “언젠가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라며, “혹 그 두 죄수가 사면대상이라는 걸 모르고서 탈옥을 감행한다면”이라는 가정을 달아주면서부터. 이건 된다 싶어 장난으로 100원을 주고, 김 대표로부터 아이디어를 샀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5년 동안 <광복절 특사>는 머릿 속에 쟁여두었다. <주유소 습격사건>을 끝내고 난 뒤 차기작으로 꼽기도 했지만, <신라의 달밤>이 먼저 제작에 들어가면서 뒤로 밀렸다. 어쨌든 그 덕에 <광복절 특사>는 자신이 직접 차린 제작사 ‘감독의 집’의 창립작품이 됐다.

아직 정식 계약을 한 건 아니지만, 살인범의 누명을 쓴 채 오직 ‘탈옥만이 살길’이라고 되뇌는 무석 역은 차승원이, 모범수로 지내다 여자친구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게 됐다는 전갈로 인해 탈옥에 동참하게 되는 재필 역엔 설경구가 출연을 약속한 상태.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86학번 동기인 설경구와는 첫 작업이다. “경구는 나보고 만날 쌈마이 영화 만든다고 욕한다. 그러면서 자기랑 같이 하면 안 그럴 것이라고 하더라. 내 입장에서야 그 녀석만큼 양아치에 어울리는 배우가 없는데다 승원이도 대단히 연기폭이 넓은 배우라 너무 행복하다.”

현재 <광복절 특사> 시나리오는 김상진 감독의 오랜 파트너인 박정우 작가가 쓰고 있다. “너무 죽이 잘 맞는 사이”라 이번에도 같이하면 오히려 전작의 냄새가 너무 많이 날 것 같아 “이번에는 우리 헤어지자”고 하고서 다른 작가에게 스토리를 맡기기도 했지만, 결국 그가 원하는 느낌을 살리지 못했고, 감독 데뷔 준비를 뒤로 미룬 박정우 작가와 재결합했다. 눈빛만 봐도 통한다는 감독과 작가는 <광복절 특사>에서 “<주유소 습격사건>의 극단적인 설정이 던져주는 당혹스러움과 <신라의 달밤>의 스토리텔링이 안겨주는 아기자기함까지 갖춘 김상진표 코미디영화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며 작업실에서 숙식까지 해결하며 머리를 맞대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철없는 캐릭터 둘의 좌충우돌 소동기’에만 맞추어졌지만, “소외된 자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편견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 등을 통해 휴머니즘적인 색깔을 더할 계획. “<디아블로>를 하고 나이트에 가고 밀리오레를 구경해도 젊은 취향을 못 따라잡는 때를 맞기 전까지” 코미디 장르에만 공력을 집중하겠다는 그의 신작은 2002년 광복절을 앞두고 개봉한다.

어떤 영화

억울한 누명으로 살인죄를 뒤집어쓴 무석. 14년 형기의 반을 채운 어느날, 드디어 탈옥 루트를 마련한 뒤 복수의 칼날을 벼르고 있다. 사기행각으로 4년형을 언도받은 재필 또한 자신을 기다리겠노라 했던 애인이 변심,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석의 엑소더스에 동참하기로 뜻을 모은다. 하지만 이게 어찌된 일인가. 무석과 재필은 탈옥에 성공하지만, 이내 자신들이 8·15 사면대상에 포함됐다는 신문기사를 접하고 당혹스러워 한다. 한편, 개소 이래 탈옥을 한 차례도 허락지 않았던 형무소는 지금까지 쌓아왔던 전통이 손상되는 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상부보고 대신 48시간 이내에 무석과 재필의 행방을 추적, 이들을 데려오기 위한 특별반을 구성한다. 무석과 재필의 도주는 계속되고, 특별반은 이들을 무사히 데려오기 위해 경찰에 잡히지 않게 뒤를 봐주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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