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판.판]
[강병진의 판판판] 극영화보다 종교다큐를
2011-04-25
글 : 강병진
개봉 앞둔 종교영화 사례로 본 공중파 방송사들의 새로운 영역 확장
지난 4월21일 개봉한 <바보야>

종교영화의 시장성이 확인된 건, 꽤 지난 일이다. 2009년 4월에 개봉한 <소명>과 같은해 12월에 개봉한 <위대한 침묵>에 이어 <회복>이 의외의 흥행을 기록하면서 종교영화의 틈새시장이 부각됐다. <소명>의 경우, <소명2: 모겐족의 월드컵>과 <소명3: 히말라야의 슈바이처> 등 시리즈로도 제작됐을 정도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울지마 톤즈>를 꼽을 수 있다. 아프리카를 찾은 고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의 경우, 올해 2월 전국 관객 40만명을 돌파했고 설날에 방영돼 약 1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제 막 관객과 만날 채비를 끝낸 종교영화들도 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일대기를 담은 <바보야>와 법정스님의 이야기를 그린 <법정스님의 의자>다.

두 영화의 사례에서 눈에 띄는 건, 공중파 방송사가 영화를 구매해 방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제작을 했다는 점이다. <울지마 톤즈>를 포함해 <바보야>와 <법정스님의 의자> 모두 KBS의 자회사인 KBS 미디어가 제작한 작품들이다. KBS 미디어는 공중파 방송사들이 자사의 콘텐츠와 TV 외의 매체를 연계하기 위해 설립한 MBC의 MBC 프로덕션, SBS의 SBSi와 같은 역할을 하는 회사다. KBS 미디어의 김형진 차장은 “<울지마 톤즈>는 이미 <KBS 스페셜>에서 방영한 관련 다큐멘터리가 있었는데, 방송 이후의 이태석 신부를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가 많아서 새롭게 제작했다가 극장 개봉까지 하게 된 경우”라고 말했다. <울지마 톤즈>가 <바보야>와 <법정스님의 의자>를 만들게 된 동력이 된 건 당연하다. “종교영화 시장이 블루오션이라고 보면 좀 그렇지만, 타깃이 명확하기 때문에 해볼 만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굳이 종교영화의 틀에서 만들고자 했던 건 아니다. 이태석 신부 못지않게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스님 또한 종교를 떠나 인간으로서의 그들이 감동적이기 때문에 제작이 가능했다.” 종교 다큐멘터리 이전에 인물 다큐멘터리로서의 가능성이 더 중요했다는 이야기다.

KBS 미디어의 움직임은 공중파 방송사에 소속된 영화사업팀들의 최근 움직임과도 관련된 듯 보인다. SBSi는 지난 2008년 공동제작으로 참여한 <로맨틱 아일랜드> 이후로 자체제작 영화를 내놓지 않고 있다. <애자> <오감도> <키친> 등의 영화에 공동제공으로 참여했을 뿐이고 최근에는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 극장판을 내놓았다. MBC 프로덕션 또한 2007년 <오래된 정원> 이후로는 극영화 제작을 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 2008년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에 제작으로 회사명을 올렸다. 극영화를 시도했던 건 KBS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올드미스 다이어리_극장판>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서유기 리턴즈> 등을 제작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말하자면 모회사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개봉시키거나, <바보야>와 <법정스님의 의자>처럼 기존의 영상자료들을 활용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지금의 흐름은 이전의 대차대조표에 의해 선택된 것이다. 김형진 차장은 “이제야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보야>와 <법정스님의 의자>의 성과를 기점으로 방송사의 극장 나들이가 더욱 잦아들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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