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이야기는 산만, 웃음과 흥분도 실패 <옥보단3D>
2011-05-11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미앙생(히로 하야마)은 수려한 용모에 따뜻한 마음씨까지 겸비한 청년이다. 철옥향(남연)은 예쁘고 매력적인 아가씨다.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한다. 잎이 피고 숲이 우거지고 낙엽이 지며 눈이 오고 그렇게 사계가 지나는 동안 두 사람은 연일 섹스에 매진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편 미앙생은 천하에 없는 조루. 그는 늘 시작하자마자 끝난다. 절망한 미앙생은 성애의 황제라고 할 만한 자를 찾아가 그에게서 기술을 배우고 그의 하수인이 되기로 한다. 하지만 기술을 익혀도 원래 지닌 성기의 크기가 작아서 소용없다는 걸 알게 된 그는 동물의 성기와 자신의 성기를 바꾸기까지 한다. 결국 그는 섹스의 왕으로 새로 태어나는데 그런 그에게도 시련이 곧 닥친다.

<옥보단 3D>는 홍콩과 대만에서 크게 흥행했고 화제가 됐다. 원래 옥보단은 <소녀경> <금병매> 등과 함께 전해 내려온 중국의 고전서다. 국내에는 1990년대에 선보인 일련의 에로 시리즈물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괴이한 체위와 기이한 도구들과 코믹한 상황들로 웃음을 자아내거나 성적 자극을 주려는 것이 이 영화들의 한결같은 목적이다. 그런 점에서 <옥보단 3D>는 홍콩과 대만의 흥행을 빌미로 전에 없는 무언가 놀라운 성애적 묘사가 담긴 것처럼 말해진다. 그런데 거품이 좀 있는 것 같다. 이야기는 산만하고 웃음을 주기 위해 시도되는 장면들은 대개 실패한다. 이것저것 다 필요없고 3D가 더 자극적인 성애의 묘사를 가능하게 하는가, 그것으로 흥분이 깊어지는가, 그것만 말하라고 한다면 큰 효과가 없다고 답하겠다. 기대를 걸고 산 장난감인데 갖고 놀아보니 별 재미가 없는 것과 같다. 영화가 훌륭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안 야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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