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주호민 작가님 맞으시죠.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덕춘이 역에 꼭 아이유가 캐스팅되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하는 도중 주호민 작가는 자신의 팬을 만났다. 아이유 캐스팅 얘기가 나온 이유는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가 <미녀를 괴로워>를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와 영화화 판권을 계약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들이 등장하는 <신과 함께>는 생을 마감한 사람이 저승에서 7번의 재판을 치르는 저승편, 재개발 지역의 집에 사는 조왕신, 측신, 성주신 등이 등장하는 이승편, 저승편과 이승편에 등장한 신들의 과거 이야기인 신화편으로 구성된 웹툰이다. <신과 함께>는 <씨네21> 760호에서 영화로 만들어지면 괜찮을 웹툰을 묶어서 소개한 ‘WEBTOON, 인터넷을 넘어 스크린으로’ 특집에서도 이미 소개했던 작품이다.
-영화화 계약을 했다. 첫 판권 계약인데 기분이 어떤가.
=기쁘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저승의 모습이 어떻게 구현될지 나조차도 잘 상상이 안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에 <씨네21>과 만났었다. 그때 <신과 함께>의 주인공을 가상 캐스팅했었다. 지금은 진짜 캐스팅을 해야 할 상황인데 독자들은 어떤 배우를 원하고 있나. 덕춘 역에 아이유를 캐스팅하는 건 작가의 강력한 의지인 듯하다.
=(웃음) 아이유는 내가 농담으로 한 얘기다. 독자들의 댓글을 보니 저승편의 주인공인 김자홍을 변호하는 진기한 변호사 역에 엄기준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더라. 예전에 나는 진기한 역에 장기하가 어떨까라고 대답했었다. 덕춘이 같은 경우는 문근영, 박보영이 괜찮다는 의견이 있다. 김자홍 역에는 이준익 감독 영화에 항상 등장하는 정석용이 어떠냐는 댓글이 많았다.
-강풀, 양영순, 박철권, 윤태호 등이 만든 누룩미디어라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
=강풀 작가가 회사를 만들기 전부터 계속 들어오라고 했었다. “형이 회사 만들 텐데 너는 전속 노예계약 1호”라고 했다. (웃음) 누룩미디어에 소속되면서 만화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고료 협상부터 판권 계약까지 알아서 해준다.
-누룩미디어의 선배인 강풀과 윤태호는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 있는데 둘의 스타일이 다른 것 같다. 강풀은 전혀 영화 작업에 개입하지 않았고, 윤태호는 <이끼> 때 시나리오 작업을 같이 한 걸로 안다. 본인은 어느 쪽인가.
=기본적으로 강풀 작가처럼 개입하지 않을 생각이다. 영화는 문외한이고 영화는 감독 예술이라고 들었다. 만약에 영화사쪽에서 요청을 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다.
-영화로 만들어질 <신과 함께>는 대략 어떤 느낌인가.
=큰 기획만 잡아놓은 상태다. 우선 영화 <신과 함께>는 프랜차이즈 영화, 즉 시리즈물로 기획하고 있다. 저승편을 시작으로 이승편과 신화편까지 영화로 다 만들 예정이다. 저승편의 개봉 시기는 2013년 여름방학 시즌이 목표다. 다음해부터 매번 여름에 시리즈를 개봉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배우는 유명 배우를 기용하는 것보다 시리즈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샤이어 라버프 같은 배우를 찾을 거라고 원동연 대표가 말씀하셨다. (꼬깃꼬깃한 종이를 가방에서 꺼내면서) 대표님이 <씨네21> 인터뷰한다고 하니까 어제 야밤에 전화해서 이런 것들을 꼭 말하라고 하더라. (웃음)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을 보면 <짬>은 군대, <무한동력>은 88만원 세대, <신과 함께> 저승편은 군 의문사, 이승편은 재개발 등 사회적 이슈와 함께 가는 것 같다.
=<짬>은 군 시절 경험을 그대로 그린 것이다. <무한동력>은 내가 27살 때쯤 그렸는데 친구들이 다 취업준비생이었다. 항상 친구들을 만나면 “면접 잘 봤냐” 이런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우리 또래 얘기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신과 함께>는 애초에 이승은 저승처럼 저승은 이승처럼 그리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저승보다 더 지옥 같은 이승을 보여주겠다는 건 아니고 현실의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이승편에서 재개발 이야기는 큰 줄기다. 그 사이에 여러 가지 부조리를 넣어보려고 했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서 고물을 수거하는 센터를 새로 만들었는데 사실은 그게 고물을 줍는 노인의 일을 뺏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에피소드가 이승편에 녹아 있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일부러 넣는 걸 즐기지는 않는다. 그저 관심이 있는 것들에 대해서 그리는 것뿐이다. 나도 이승편을 그리면서 조금 괴롭다. 빨리 신화편을 그리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