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발 경제 위기가 전세계 영화계에 미친 영향은 크고 길었다. 꼬박 3년 동안 전세계 최대의 영화 마켓인 칸국제영화제 필름 마켓조차 파리를 날리는 형편이었다. 그리고 2011년, 64회 칸국제영화제는 오랜만에 기지개를 펴고 있다. 마켓에 참가한 전세계 영화인들의 수부터 2008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영화전문웹진 ‘인디 와이어’는 영화제가 오픈한 지 하루 만에 “올해는 좀 바쁜 시즌이 될 것”이라는 촌평을 내리기도 했다. 현재 마켓에서 활발히 세일즈 중인, 아직 촬영에 들어가지도 않았지만 늦어도 1, 2년 안에 스크린으로 찾아올 따끈따끈한 신작 중 흥미로운 작품을 여기 소개한다.
우선 <킹스 스피치>로 2010년 최고의 한해를 보낸 콜린 퍼스가 주연을 맡은 <시작>이 가장 먼저 화제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삶을 깡그리 지워버리고 싶어 가명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남자가 주인공인 다크 코미디다. 액션 코미디 <속임수>는 키퍼 서덜런드, 제라르 드파르디외, 틸 슈바이거 등 다국적 캐스팅을 자랑한다. 희귀한 금화를 두고 악명 높은 프랑스 갱스터와 좀도둑들이 전전긍긍하며 대소동을 벌인다고. 나오미 왓츠와 리브 슈라이버가 출연할 <피흘리는 사람>은 무하마드 알리와 15라운드까지 갔던 헤비급 복서 척 웨프너의 삶을 그린다. 이 실화는 실베스터 스탤론의 <록키>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베리 레빈슨의 <대부> 스타일 범죄드라마 <고티: 스리 제너레이션>은 20세기 가장 유명한 이탈리아 마피아로 악명을 떨친 감비노 가문을 다룬다. 알 파치노, 존 트래볼타, 린제이 로한, 조 페시 등이 출연한다. 이외에도 찰스 디킨스의 고전을 리메이크하는 마이크 뉴웰의 <위대한 유산>, 라세 할스트롬이 35년 만에 스웨덴으로 돌아가 찍는 스릴러 <최면술사>, 로랑 캉테가 조이스 캐롤 오츠의 소설을 각색하는 첫 번째 영어영화 <폭스 파이어>, 로저 미첼이 연출을 맡고 빌 머레이가 1939년 당시의 프랭클린 루스벨트로 등장하는 시대극 <허드슨 강의 하이드 파크>도 마켓의 뜨거운 감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