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DVD] 올드 패션이 주는 세련된 웃음
2011-05-20
글 : 이용철 (영화평론가)

하우 두 유 노우 How Do You Know (2010)


감 독 제임스 L. 브룩스
상영시간 121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 음성포맷 DD 5.1
자막 영어,한글 / 출시사 (주)유이케이
화질 ★★★☆ / 음질 ★★★☆ / 부록 ★★★☆

여럿이 한꺼번에 출현할 때는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데이비드 린이 <인도로 가는 길>로 귀환했던 1984년과는 분명 다른 상황이다. 얼마 전 1980년대의 장인들이 줄줄이 신작- 아이반 라이트먼의 <친구와 연인 사이>, 에드워드 즈윅의 <러브 & 드럭스>, 로브 라이너의 <플립>, 제임스 L. 브룩스의 <하우 두 유 노우>- 을 내놓았다. 게다가 하나같이 로맨틱코미디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던 로맨틱코미디가 시들시들해진 지금, 신인들의 무능함에 지친 거대 배급사들이 묘책을 쓴 거다. 비어 있는 장르의 공간을 메우려는 시도인 셈이다. 결과는 썩 좋지도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다. 배우를 주무르는 솜씨는 여전해 좋은 연기를 뽑아낸 점에선 후한 점수를 받았으나, 아무래도 철지난 감각 때문인지 폭넓은 관객과 만나기엔 한계가 있었다. 어쨌든 평균 점수를 받는 데 성공한 그들 가운데 논란에 휩싸인 건 브룩스였다.

리사(리즈 위더스푼)에겐 운동이 전부였다. 보통 사람들이 누리는 삶과 담을 쌓은 채 그녀는 소프트볼에 매달렸다, 국가대표선수이자 팀의 주역으로서 다른 선수들의 귀감이었다. 새로 부임한 감독이 리사를 선수 선발에서 탈락시키면서 그녀의 삶은 바뀐다. 이쯤에서 세상의 역경에 맞서는 서른살 여성의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하우 두 유 노우>가 로맨틱코미디라는 걸 상기하길 바란다. 리사 앞으로 두 남자가 나타난다. 매티(오언 윌슨)는 철없고 자기애에 충만한 메이저리그의 인기 투수다. 그는 리사에게 전에 없던 구애를 개시한다. 가업을 이어 회사를 경영하는 조지(폴 러드)는 주식 부정 혐의로 법무부의 조사를 받는다. 그는 힘겨운 상황에서 우연히 만난 리사에게서 활력을 얻는다.

코미디치곤 높은 제작비가 든 작품이고, 할리우드의 1급 배우들이 얼굴로 나섰으며, 야누스 카민스키나 한스 짐머 등 베테랑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그리고 <심슨 가족>에 빠져 지내던 브룩스가 6년 만에 발표한 신작이다.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지만, <하우 두 유 노우>는 형편없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비평은 양극으로 나뉘었다. 대다수 평론가들의 원성을 산 것과 반대로, <필름 코멘트>는 반드시 봐야 할 영화로 추천했다. 인물들의 얕디얕은 관계, 빈곤한 내러티브, 기대 이하의 연기가 도마에 올랐다. 그런데 요즘 인간관계가 다 그렇지 않던가. 더욱이 엉성한 드라마가 문제라면 TV는 진작 사라졌어야 했다. <하우 두 유 노우>는 영화와 TV 산업에서 오랫동안 정진해온 노장이 읽어낸 현대 도시의 가족, 직업, 사랑의 한 단면이다. 비록 대단한 깊이는 없을지라도 현실을 벗어난 헛소리는 아니며, 스크루볼 코미디에선 다소 얼렁뚱땅한 전개가 오히려 득이 된다. 멍청하고 싱거운 대사가 넘쳐나는 요즘 코미디에 비해 세련된 웃음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작품이다.

브룩스는 영화의 제목을 통해 “관객이 혼자가 아님을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내 생각과 두려움과 기쁨 등을 함께 나누고 이야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하우 두 유 노우>의 주제나 스타일이 올드 패션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간혹 옛 옷을 입을 때의 편안함은 경험해본 사람이 안다. (너도나도 틀어대는 ‘80년대 로맨틱 전자 사운드가 아닌) 테디 펜더그래스의 끈적끈적한 솔을 삽입한 것만으로도 나는 브룩스에게 고마웠다. 브룩스는 본편은 물론 발췌장면과 4개의 삭제장면(7분)의 음성해설까지 도맡아 DVD 제작에 성의를 보였다. 그외에 메이킹필름(15분), NG모음(2분)이 부록으로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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