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너무 다른 모녀들, 위트있게 변용된 디테일 <코파카바나>
2011-05-25
글 : 김용언

새빨간 입술, 푸른색 아이섀도, 검은색 매니큐어, 나이가 들었어도 스스로 섹시한 매력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중년 여인 바부(이자벨 위페르). 그녀는 미래보다는 현재에 충실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삶에 오지랖 넓게 참견하고 주변 사람들의 난처함은 아랑곳없이 자기 기분에 취해 사는 여인이다. 바부의 딸 에스메랄다(롤리타 샤마)는 “술집 여자같이 왜 그 따위로 화장을 해?”라며 모질게 일갈한다. 어린 시절 엄마의 지나친 ‘자유’ 때문에 힘들었던 그녀는 연인과 결혼해 안정된 삶을 누리고 싶어 한다. “엄마 때문에 창피당하기 싫어. 가끔 정신나간 사람 같잖아.”

너무 다른 가치관의 모녀들. 전제는 익숙하나 디테일은 위트있게 변용된다. 일반적으로 고지식한 어머니와 자유분방한 딸을 상상하겠으나, <코파카바나>의 모녀는 정반대다. 그 차이에서 비롯되는 중년 여인의 파격적인 초상이 안겨주는 쾌감은 크다. 이자벨 위페르가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중년의 바부는 10대 소녀의 영혼에서 그리 멀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바부가 주변 사람들과 작은 상처와 도움을 주고받으며 나름의 성장통을 겪을 때부터, 감독의 세심한 시선이 빛을 발한다.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혹은 어떤 사람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바부의 성격은 끔찍한 재앙이거나 혹은 천진난만한 관용으로 다채롭게 제시된다. 프랑스와 벨기에의 차디찬 겨울 날씨에서 막연하게 상상하는 휴양지 코파카바나처럼, 자그만 판타지의 일탈조차 허용되지 않는 삶은 얼마나 지루할까. 덧붙이자면 <삶이 두렵지 않아> <인간의 피부, 짐승의 심장>의 감독 노에미 르보브스키가 바부의 무뚝뚝한 친구 수잔으로 깜짝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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