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훌륭한 배우들로 지루한 레이스를 펼치다. <레지던트>
2011-06-01
글 : 김용언

외과의사 줄리엣(힐러리 스왱크)은 남자친구 잭(리 페이스)과 헤어지고 홀로 서기를 결심한다. 그녀는 운좋게 멋진 전망의 넓은 아파트를 저렴한 비용으로 구한다.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고 밤마다 인근 지하철 철로에서 기괴한 소음이 들리는 단점 정도는 상쇄할 수 있는 집이다. 줄리엣은 친절한 집주인 맥스(제프리 딘 모건)와 가까워지며 설레는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잭이 그녀 주위를 서성이며 미행하고, 맥스의 기괴한 할아버지 오거스트(크리스토퍼 리)는 수상한 호의를 베풀며 그녀를 지켜본다. 어느 날 밤부터 줄리엣은 누군가 집 안에서 자신을 훔쳐보는 듯한 소름 끼치는 기운을 느낀다.

<레지던트>는 러닝타임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아 모든 패를 꺼내놓는다. 줄리엣이 아파트로 이사하자마자 누군가가 줄리엣을 훔쳐본다는 설정이 곧바로 시작되며, 덕분에 카메라는 줄리엣의 신체를 쉴새없이 훑어내린다. 그 시선의 주인이 누구인지, 왜 줄리엣에게 집착하는지도 싱겁게 끝나버린다. 만약 이 전제 자체가 공포영화 장르에서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적어도 후반부의 추격신에 큰 공을 들였어야 했다. 대신 남자주인공의 참을 수 없는 치졸함에 분노와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데 주력하는 것 같다. 물론 혐오와 경악, 불쾌의 감정은 공포영화의 또 다른 매혹의 지점이지만 <레지던트>에선 그처럼 낯설고 외면하고 싶은 무언가를 탐구하는 게 아니라 관객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 지루한 레이스를 펼치는 데 그친다. 네명의 주·조연 배우들은 모두 근사한 전작들을 보유한 좋은 배우들이지만 <레지던트>에선 그 어떤 새로운 매력도 보여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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