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빛을 잃어버린 시리즈를 일등석으로 끌어올리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2011-06-01
글 : 김도훈

프로페서X 이전에 찰스 자비에가 있었고, 매그니토 이전에 에릭 렌셔가 있었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3편의 시리즈에서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던 매그니토와 자비에의 관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파헤치는 프리퀄이다. 유대인 에릭(마이클 파스빈더)과 유전공학 박사가 된 찰스(제임스 맥어보이)는 각기 다른 이유로 악당 세바스찬 쇼우(케빈 베이컨)를 쫓다가 만난다. CIA 요원 모이라 맥타것(로즈 바이런)과 손잡고 돌연변이 부서를 설립한 두 사람은 찰스의 양동생이자 이후에 미스틱이 되는 레이븐(제니퍼 로렌스), 천재 박사이자 비스트로 변신하는 행크 맥코이(니콜라스 홀트)등 젊은 엑스맨들을 모아서 훈련을 시작한다. 한편 에릭의 원수인 세바스찬 쇼우는 엠마 프로스트(재뉴어리 존스)를 비롯한 돌연변이들을 무기로 미국과 소비에트간의 핵전쟁을 도발하려 하고, 에릭과 찰스는 쿠바 미사일 사태의 한가운데서 그의 계획을 저지해야만 한다.

브렛 래트너의 졸렬한 <엑스맨: 최후의 전쟁>과 달리 <킥애스: 영웅의 탄생>의 매튜 본은 단 하나의 악역도 허투루 소비하지 않던 브라이언 싱어의 정신을 지켜낸다. 물론 그것만으로 제 할 일을 다했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매튜 본은 ‘제임스 본드’ 스타일의 복고적이고 캠피한 매력을 시리즈에 덧씌우는 동시에 여름 블록버스터로서의 시각적인 쾌락 역시 훌륭하게 조율해낸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빛을 잃어버린 시리즈를 근사하게 일등석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을 거뒀다. 이 정도라면 <배트맨 비긴즈>로 어둠의 기사를 기사회생시킨 크리스토퍼 놀란의 솜씨와도 비견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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