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 엄마는 동시에 영화의 마르지 않는 눈물샘이다. 최근에 극장에서 경험한 일련의 감동과 눈물이 대부분 엄마란 단어를 경유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의 <대지진>과 <헬로우 고스트>, 최근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까지. 개봉 시점상 후발주자로 등장한 최익환 감독의 <마마> 또한 엄마에게서 감동과 눈물을 끌어내고 있다. 선발주자들과 다른 특징은 정서적으로 강한 소재가 지닌 함정을 피하기 위해 성격이 다른 세명의 엄마를 묘사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엄마는 야쿠르트 배달원인 동숙(엄정화)이다. 희귀병에 걸린 아들 원재(이형석)와의 세계여행을 꿈꾸는 그녀는 야쿠르트 배달부터 냉장고 청소까지 돈 되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는 와중에도 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두 번째 엄마는 대학교수이자 유명 성악가인 희경(전수경)이다. 딸인 은성(류현경)을 매니저이자 시녀 부리듯 하는 그녀는 2011년 지금에도 “97년에 공연한 <나비부인>”을 떠올리며 사라져가는 과거의 영광을 붙잡고 있다. 세 번째 엄마는 영어강사인 착한 아들 승철(유해진)을 둔 옥주(김해숙)다. 엄마는 아들만 바라보고 아들도 엄마 없이는 못살 정도로 돈독한 모자다. 문제가 있다면 승철이 사실 조폭 우두머리라는 것. 어느 날 세 커플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진다. 옥주는 죽기 전에 첫사랑 덕수씨를 꼭 만나고 싶다고 아들을 조른다. 은성은 사사건건 신경을 긁는 엄마의 말에 오랜 꿈이었던 가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동숙. 원인불명의 기절로 인해 병원을 찾은 그녀는 난소암 판정을 받는다. 좋든 싫든 엄마와 자식으로 살아온 이들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 것인가. 이 변화를 통해 ‘우리 엄마’가 어떤 존재인지를 인식하게 되는 과정이 <마마>의 이야기다.
영화에 부제를 붙이자면, ‘나는 엄마다’ 정도가 될까.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엄마, 엄마이기 전에 여자인 엄마, 애증의 대상인 엄마 등 <마마>는 엄마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그 모든 게 엄마의 정의라고 말한다. 장르적 특징도 그에 따라 다양하다. 옥주와 승철 모자의 이야기가 코미디를 기반으로 한다면 동숙과 원재의 관계는 눈물을 자아내는 통속적인 멜로드라마에 놓여 있고, 희경과 은성 모녀의 관계는 좀더 리얼한 가족드라마에 가깝다. 하지만 형식적인 시도가 소재의 진부함을 넘어서는 건 아니다. 엄마를 그저 엄마로만 대하는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영화의 주문 또한 지금껏 엄마를 그려온 영화들이 누누이 강조한 것이다. 최근에 흥행한 영화들의 감동코드를 비롯해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가상의 상황연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등 영화가 끌어들인 대중문화 요소들까지 볼 때, <마마>가 엄마를 대하는 태도는 기획영화로서의 전략에 가까워 보인다. 영화 속 엄마들이 흘리는 눈물에 선뜻 감동하기가 한 발짝 머뭇거려지는 이유다. 오히려 유해진, 김해숙의 콤비플레이가 빚어내는 웃음이 더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