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터/액트리스]
[류현경] 임재범 같은 배우가 되고파
2011-06-02
글 : 신두영
사진 : 오계옥
<굿바이 보이> <마마>의 류현경

류현경의 얼굴은 그녀의 말에 따르면 고만고만하게 생겼다. 예쁘지만 화려하지는 않다. 관객의 눈에 금세 새겨지는 얼굴은 아니라는 소리다. 지난해 개봉한 <방자전> <시라노; 연애조작단> <쩨쩨한 로맨스>까지 류현경이 맡은 역할을 기억해보라. 단박에 그 세 캐릭터를 한 사람과 연결시킬 수 있겠는가. 류현경은 <방자전>에서는 과감한 노출을 선보이는 향단을 연기했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는 청순한 느낌의 카페 종업원으로 나와 송새벽의 마음을 빼앗았다. <쩨쩨한 로맨스>에서는 다시 짙은 화장을 하고 이선균을 유혹했다. 캐릭터 설명을 듣고 나서야 류현경의 얼굴이 또렷하게 떠오를 것이다. 류현경도 자신의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아무도 못 알아보는 게 장점이고 아무도 못 알아보는 게 단점인 것 같아요. 영화 속 캐릭터는 기억하시는데 저는 기억을 못하더라고요. 저는 그게 늘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 그 장점이자 단점을 뛰어넘으려는 생각을 해요. 고만고만한 외모가 연기를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생기게 하잖아요. (웃음)”

6월2일 개봉을 앞둔 <굿바이 보이>와 <마마>에서 류현경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굿바이 보이>에서는 가정에 소홀한 아버지를 경멸하는 고등학생 딸 진숙으로 나온다. <마마>에서는 유명 소프라노인 엄마의 뒤치다꺼리만 하면서 억눌린 감정을 품은 딸이면서 엄마에 대한 반항심으로 일찍 결혼해서 아이도 있는 엄마 은성을 연기한다. 두 영화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모두 딸이지만, 또 다르기도 하다. <굿바이 보이>에서 교복을 입고 갈래머리를 한 진숙이 “아빠(안내상) 같은 사람은 당장 나가서 죽었으면 좋겠어”라고 소리 지를 때, <마마>에서 후드티를 입고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은성이 “노래가 하고 싶었어”라고 울먹이며 엄마(전수경)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뒤늦게 고백할 때, 두 사람은 서로 닮은 듯하지만 다른 얼굴이다.

모범답안 이상의 연기를 꿈꾸며

<마마>의 최익환 감독은 “아역배우 출신의 류현경은 연기에 있어서는 프로페셔널”이라고 말한다. 정작 류현경은 프로페셔널이라는 표현이 싫은 모양이다. 그런데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김현석 감독도 비슷한 말을 했단다. “현경이는 500원짜리 동전 넣으면 500원짜리 콜라가 나오는 자판기 같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그게 싫어서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칭찬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대체 류현경은 두 감독의 칭찬이 왜 싫은 걸까. “환타도 나오고 콜라도 나오는 창의적인 연기를 하고 싶어요. 학생이 선생님한테 칭찬받고 싶은 마음으로 선생님이 칠판 지우라고 시켰으면 뒤에 있는 화분까지 다 정리하는 사람이 되려고요. <나는 가수다> 보셨어요. 예를 들면 저는 김연우 정도의 느낌이란 말이에요. 노래도 잘하고 너무 훌륭하지만 임재범의 노래를 들으면 정말 하아아아… 그 분위기 아시죠. 배우들은 다 임재범같이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 같아요.”

1996년 12살에 드라마 <곰탕>으로 데뷔한 아역배우 출신의 류현경은 눈에 띄지 않게 그녀만의 연기를 만들어왔다. “<마마> 시사를 보면서 저만 너무 못하는 것 같았어요. 켕기는 게 있었어요. 현장에서 연기할 때 ‘잘했어, 이 정도면 됐어’ 그러고 스스로를 토닥토닥하는 편인데 <마마>의 은성이는 그렇게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내가 곧 은성이라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했는데 잘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류현경은 <굿바이 보이>에서 진숙의 엄마로 출연한 연극배우 김소희의 연기를 보면서 연극에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했단다. “김소희 선배님은 연기에 집중하면 주변의 시선이 사라지는 ‘접신’이 매시간 매순간 되는 거예요. <마마> 촬영하면서도 그랬지만 연극에 도전하고 싶은 이유가 감정을 혼자 끌고 가는 훈련을 해보고 싶은 욕망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재미있는 건 류현경이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연기가 아니라 연출 전공으로 졸업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그녀는 연출에 꽤 경험이 있다. 지난해 미쟝센단편영화제에 졸업작품인 <날강도>로 초청받기도 했고, 박시연을 여자주인공으로 가수 정인의 <장마> 뮤직비디오도 연출했다. 겨우 중학교 3학년 시절에 EBS의 <내 꿈을 펼쳐라>에서 방송된 단편 <불협화음>도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직업은 배우 아닌가. 왜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을까. “2학년 때 전공이 영화와 연극으로 나뉘는데 그때는 연기의 재미를 잘 몰랐어요. 당시에는 영화에 대한 열망이 더 컸어요.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면 연극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연기에 재미가 없었던 이유는 연기를 해서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평택에서 잘나가는 빵집을 했었어요. 그런데 가세가 기울었고 빨리 성인이 돼 돈을 벌어야지 생각했어요. 활동을 안 하면 집에 빚이 생기기도 하고 그랬어요. <방자전> 끝나고 나서 빚을 다 갚고, 학자금 대출도 다 갚았죠. (웃음) (우는 목소리를 연기하며)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는 아니에요. 그런 상황 덕분에 꾸준히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연기를 안 했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는데 김유진 감독님의 <신기전>(2008)을 만나면서 연기가 재미있다는 걸 알았어요.”

류현경은 지난해부터 영화에 주력하고 있다. 슬금슬금 알아보는 관객이 늘어나는 것도 그녀에게는 꽤 신기한 일인가보다. “며칠 전에 어느 블로그를 봤더니 일본 방송에서 투표를 하는데 제가 한국 연예인 기대주 3위라고 했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봤더니 진짜 방송에 나오는 거예요. ‘류현굥 상’이러면서요(류현경은 일본어에 능숙하다-편집자). 1위는 아이유였던 것 같은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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