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는 쓸데없이 멋부린 제목만큼 심심했다. 다만 인어들과 음악은 인상적이었는데(갑자기 미녀가 뙇! 그러다 기타가 뙇!)예쁜 인어 세리나가 훈남 선교사를 데리고 해저 2만리로 사라지는 장면에선 다음 편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고(아차,낚였네?) 한스 짐머의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 틈틈이 다이아몬드처럼 박힌 플라멩코 기타 연주엔 귀가 쫑긋할 수밖에 없었다.
이 화려한 연주의 주인공은 멕시코 출신의 혼성 듀오 로드리고와 가브리엘라다. 그들의 음악은 쉽게 말해 ‘어쿠스틱 헤비메탈’. 이때 눈을 동그랗게 뜬 당신이 ‘그게 가능해요?’라고 물으면 두 사람은 과잉친절 자산관리사처럼 구는 대신 ‘우레와 같은 통기타 속주’로 답할 게 분명하다. 애초에 헤비메탈 밴드로 음악을 시작했다 먹고살기 힘들어 무작정 아일랜드로 떠난 이들은 거기서 국제적인 명성과 돈도 얻었다. 국내엔 몇 년 전에 2집이 라이선스 발매되었는데 인지도가 바닥이라 쉽게 구할 수도 있다(블록버스터에 이름도 올렸으니 절판 예정? ‘노래’를 안 해서 어려울 듯!). 하여간 분명한 건 온통 과잉으로 산만한 블록버스터에서 하필 이들은 ‘쓸데없이 고퀄리티’의 음악을 선보인다는 사실이다. 메탈키드답게 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