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의 생일을 맞은 레이첼(지니퍼 굿윈), 남들 눈엔 변호사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녀는 외로운데다 직업에도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친구인 달시(케이트 허드슨)가 열어준 생일파티에서 술에 취해 달시의 약혼자인 덱스(콜린 이글스필드)와 하룻밤을 보내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튿날 깨어난 레이첼은 난감하다. 대학 시절 덱스를 좋아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도 곤란하고, 덱스가 오래전부터 그녀가 좋았다고 말하자 더욱 난처해진다. <러브 앤 프렌즈>는 오랜만에 만나는 정통 로맨틱코미디물이다. 이 극의 주인공은 ‘서로’ 좋아하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이 상호간의 호감은 로맨틱코미디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한동안 할리우드영화들은 관습을 변형하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500일의 썸머>는 이미 헤어진 남녀를 상정해 이야기를 풀어갔고,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은 깨어진 믿음을 복원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여자주인공이 중심이 된다. 이와 비견해 <러브 앤 프렌즈>는 관객이 예상할 수 있는 수평선을 제시하며 친근하게 다가가는 전략을 구사한다. 즉, 장르의 장점을 살리고자 애쓴다. 또한 캐릭터 구성에서 이 영화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과 꽤 흡사하다. 지니퍼 굿윈이 연기한 레이첼은 줄리아 로버츠의 역할과 비슷하고, 케이트 허드슨의 달시 역시 카메론 디아즈의 롤을 변형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레이첼은 로버츠의 줄리앤처럼 친구의 약혼자를 극의 최대 목표로 삼고 있지는 않다. 또한 디아즈의 베세베제한 매력은 오히려 덱스를 연기한 콜린 이글스필드가 가져가는데, 이렇게 달시가 현실적인 캐릭터로 칠해지면서 “여자 친구 사이에 이런 애 꼭 있다”란 예고편의 문구가 피부에 와닿게 된다. 뭐니뭐니해도 로맨틱코미디의 최대 강점은 경쾌하게 즐길 수 있는 행복한 영화란 데 있다. 칙릿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러브 앤 프렌즈>는 이 요건을 정직하게 만족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