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코넬리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각색한 브래드 퍼먼의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가 원작과 비교해서 가장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부분은 변호사 미키 할러(매튜 매커너헤이)와 함께 타이틀 롤을 맡은 링컨 차의 등장이다. 코넬리가 원작 소설에서 아무리 꼼꼼하게 이 차의 가치와 역할과 기능을 묘사해도, 영화에서 이 검고 모나고 거대한 리무진이 매튜 매커너헤이를 뒷좌석에 태우고 등장하는 순간, 우리는 영화의 우위를 인정한다. 어떤 때는 정말로 백문이 불여일견일 때가 있다.
그렇다면 링컨 차는 이 영화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가? 링컨은 주인공 미키 할러의 실질적인 사무실이다. 여러분이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이나 법정물에 익숙하다면 할러가 어떤 인물인지 꼼꼼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형사법 전문가로, 오로지 자신과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미국 사법체계의 시스템을 이용한다. 그에게 정의란 임의적인 것으로 의뢰인의 유죄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당연히 그는 밑바닥 고객을 수거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하며, 그런 그에게 번지르르한 이미지와 기동력을 동시에 제공해주는 링컨 차는 이상적인 사무실일 수밖에 없다.
이런 그에게 루이스 룰레 사건이 떨어진다. 보통 때 같다면 매춘부를 성폭행하고 살해하려 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 이 부잣집 아들은 할러에게 엄청난 수임료를 지불할 로또 같은 기회였을 것이다. 하지만 할러가 룰레의 무죄를 확신하는 순간부터, 사건은 변호사라는 직업과 인간으로서 자신을 돌이켜보게 하는 하나의 시금석이 된다. 범죄에 대한 그의 관점과 직업 철학은 모두 재검토되고 그 결과 할러는 최악의 위기에 빠진다. 그 위기는 지금까지 그의 무기였던 변호사라는 지위와 얽혀 있다.
미키 할러를 곤경에 빠트리기 위해 코넬리가 만들어낸 미스터리에서 엄청나게 참신한 이야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곳곳에 반전이 있고 숨겨져 있던 범인이 밝혀지고 변호사 주인공이 자신의 직업 때문에 정의를 행할 수 없는 상황들이 나오긴 하는데, 이 모든 상황은 이 장르의 소설이나 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그리 놀랍거나 새롭지 않다.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삼고 있는 법정장면들 역시 분산된 관심 때문에 그리 흡인력이 높지 않다. 그러나 미스터리의 참신함은 코넬리의 소설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미키 할러의 캐릭터와 캐릭터 주변을 구성하는 미국 사법체계에 대한 정교한 묘사이다.
여기서 영화의 한계가 드러난다. 캐릭터를 끌어가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던 원작의 미스터리는, 2시간 안쪽의 러닝타임 동안 원작 소설의 내용을 압축해 전달해야 하는 영화 각색 버전에서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원작 소설의 진짜 깊이있는 부분들은 축약되거나 무시된다. 미키 할러의 캐릭터는 단순해지고 그가 소설 내내 겪었던 도덕적 갈등은 상당수 사라져버린다. 특히 영화의 결말은 소설 속 내적 갈등 자체를 지워버리면서 할러와 관객 모두에게 편하고 안전한 해결책만 주려 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할리우드 베스트셀러 각색물’이라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하고 영화를 본다면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장점이 많은 영화다. 매튜 매커너헤이는 오래간만에 스타로서의 이미지와 배우로서의 장점 모두를 발휘할 수 있는 적역을 맡았고, 라이언 필립, 마리사 토메이, 윌리엄 H. 메이시 같은 훌륭한 앙상블 캐스트의 도움을 받는다. 각본도 할리우드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스토리텔링 답게 유연하게 흘러간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가 원작의 깊이를 넘어서거나 스스로의 매력을 통해 고전으로 기억될 가능성은 없지만 적어도 관객을 지루하게 방치하지는 않는다. 베스트셀러 각색 할리우드영화라는 틀 안에서,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여전히 모범적인 오락물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