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는 인디밴드 ‘메이트’를 다룬 실화영화다. 남다정 감독은 약 1년 동안 메이트를 인터뷰하면서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재미있는 건 실제 메이트 멤버인 정준일, 임헌일, 이현재가 극중 자신의 역할을 직접 연기했다는 사실이다. “전문 연기자가 아니기에 부담없이 임했지만 다른 배우와 스탭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제법 신경썼다”고 말하는 이들은 “아무리 우리를 연기하는 거라도 너무 어려웠다”고 한목소리를 모은다. 기타리스트 임헌일이 군대 가기 일주일 전인 지난 4월15일, 북촌에서 메이트를 만나 <플레이>에서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군입대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기분이 어떤가.
임헌일_기분좋다. (웃음) <플레이> 촬영이 끝난 뒤 가족과 함께 푹 쉬고 있다. 못 보던 친구들도 만나고. 메이트 멤버들은 싱글앨범 ≪Transform≫ 활동이 끝난 뒤 오랜만에 만났다.
-앨범 활동을 미루면서까지 <플레이>에 참여한 이유가 궁금하다. 그것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연기했는데.
정준일_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남다정 감독님이 우리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다루고 제대로 된 음악영화를 만들겠다고 해서 참여하는 데 큰 부담감은 없었다. 제대로 된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감히 한다고 말을 못했을 거다. 그런데 막상 연기를 해보니 ‘나’를 연기하는 것도 어렵더라.
임헌일_예전에 1~2년 정도 되게 우울한 시기가 있었다. 이 친구들을 만나 메이트 활동을 하면서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 <플레이> 시나리오가 들어왔고 정말 열심히 시나리오 작업과 촬영에 임했다. 촬영이 끝난 뒤 3~4개월이 지난 지금, 이 작품이 내게 어떤 의미였을까 종종 생각한다. 약간 쑥스럽기도 하고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하는 동안에는 헌일 역에 푹 빠져서 했던 것 같다.
-남다정 감독은 세 멤버의 성격이 각기 달라서 작업이 흥미로웠다고 하더라. 헌일씨는 멤버 중 현장에 올 때 가장 준비를 철저하게 해왔다고.
임헌일_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었던 건 절대 아니다. 정말 추운 날 헌일이 은채(정은채)를 바래다주는 장면을 야외에서 찍을 때였다. 리액션만 하면 되는 상황인데 자꾸 내가 어색해서 NG가 났다. 나 때문에 상대역인 은채씨와 스탭들이 고생하는 걸 보니 민폐더라. 그때부터 음악하는 놈이 와서 대충 한다고 밉보일까봐 열심히 준비했다.
정준일_반면 나는 전혀 준비를 안 해갔다. 심지어 당일 촬영분 시나리오를 읽지 않고 간 적도 있다. 감독님께서 순간 집중력이 좋은, 게으른 천재형이라 말했다고? 그건 아니고 순간 적응력이 좋은 것 같다. 전문연기자가 아니다보니 ‘나만의 연기’,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그냥 시키는 대로 했다.
이현재_처음에는 형들처럼 내 연애담도 시나리오에 있었다. 연애가 현재진행형이었다면 상관없었겠지만 여자친구와 헤어지면서 그 에피소드가 부담스러웠다. 크랭크인 직전 감독님을 찾아가 사정을 말씀드리고 연애담을 뺐다. 대신 연주하는 장면에 집중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비중이 줄어들면서 감사했다. (웃음)
-현재씨는 셋 중 얼굴이 가장 잘생겼는데, 처음에 배우인 줄 알았다.
이현재_어릴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메이트가 TV에 소개되면서 비슷한 시기에 CF를 찍었는데 다들 나를 배우인 줄 알더라. 아무래도 메이트가 아직 유명하지 않아서…. 연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냐고? 준비되지 않은 채로 가수와 배우를 동시에 할 만큼 과감한 성격이 아니다. 내가 연기를 잘한다면 몰라도 아직까지는 드럼 연주가 내게 더 맞는 것 같다.
-극중 헌일은 은채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게 너무 소극적이다. 특히 은채와 뽀뽀하는 장면은 너무 짧더라. 원래 성격이 그런가.
임헌일_원래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다. 어떤 친구가 내게 호감이 있다고 느껴지면 대하기가 편한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못한다. 촬영 전 은채와 뽀뽀하는 장면은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 장면 찍기 일주일 전부터 자꾸 머리에 떠오르더라. 전문연기자도 아닌데 나중에 여자친구가 뽀뽀하는 연기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감독님께 뽀뽀를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안되냐고 물어봤는데 안된다고 하시더라.
-아쉬운 장면이 있다면.
정준일_거의 대부분의 장면이 아쉽다. 연주나 녹음을 할 때 몇번을 해도 이건 안되겠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연기 역시 마찬가지더라. 해서 될 것 같으면 ‘한번 더 해볼게요’라고 했을 텐데 연기가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니까.
이현재_긴 대사를 하는 장면은 다 아쉽다. 짧게 하고 빠지는 장면은 그렇게 티가 안 나는데 대사가 길면 연기력이 다 밝혀지잖아. (웃음)
-<플레이>의 O.S.T 작업도 직접 맡았다.
정준일_두 가지가 어려웠던 것 같다. 영화에 어떤 음악을 넣을지와 상황에 맞게 음악을 어떤 식으로 편곡할지는 여태껏 해보지 않은 작업이었다. 촬영 전에 곡 작업을 했는데, 나중에 촬영 소스와 맞춰보니까 그렇게 단순하게 음악과 이미지가 붙여지는 게 아니더라. 덕분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임헌일_이번 영화를 위해 4곡 정도를 새로 만들었다. 영화의 마지막 공연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인 <PLAY>, 헌일이 갤러리에서 기타와 활로 연주한 <IMPRO>, 헌일이 은채에게 불러준 <그대 때문이죠>, 헌일이 은채와 헤어진 뒤 혼자 연주하며 부르는 <REAL> 등이다.
-실제 ‘메이트’가 결성되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임헌일_키보디스트 준일이와 드러머 현재는 클럽에서 연주하다가 만났는데 알고보니 학교 선후배였다. 이들이 밴드를 만들기 위해 기타리스트 혹은 베이시스트를 찾고 있던 중 우연히 클럽에서 공연하던 나를 봤다. 그때 정원영밴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준일이가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해서 홍대에서 만났는데, 정작 음악 이야기는 많이 안 했다. 그때는 밴드 활동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그저 이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준일이가 키보드를, 현재가 드럼 치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냥 함께하는 게 즐거우니까 얘네들 실력이 떨어져도 내가 한번 키워보겠다는 생각으로 함께했다. 이후 이 친구들이 연주하는 걸 봤는데 예상보다 훨씬 잘하더라.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8기> 주제곡인 <빛>을 직접 불렀다.
정준일_어려운 작업이었다. 원곡과 한국어로 의역한 가사만 달랑 왔다. 무엇보다 노래의 정서가 우리와 많이 달랐다. 물론 <명탐정 코난>의 한국어 주제곡을 부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일단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가사를 다시 썼고 사운드도 우리 식대로 편곡했다. 그렇게 만들었는데 아이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다. 친구들은 농담 삼아 ‘메이트가 부른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았다’고 할 정도였다. (웃음)
-멤버들끼리 실제로 싸울 때 <플레이>처럼 헌일씨가 주로 소리를 높이는 편인가.
이현재_싸울 때는 확실히 싸우고, 풀 때는 확실히 푼다. 애초에 싸울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처음에는 화를 내면 서로 안 마주치려고 했다. 며칠이 지난 뒤에 ‘왜 그렇게 된 거지?’라고 차근차근 얘기했는데, 그때 ‘화가 나면 바로 얘기하자’고 정했다. 영화와 달리 주로 준일 형이랑 내가 소리를 높인다. 반면 헌일 형은 가장 이성적인 태도로 우리를 중재한다.
-헌일씨가 군대가 있는 동안 메이트는 활동을 중단한다고 들었다. 나머지 두 멤버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정준일_솔로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7, 8월 공개를 목표로 앨범 작업을 하고 있다. 14곡 정도 될 것 같다.
이현재_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건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드럼 연주자로서 계속 활동할 거다.
-<플레이2>가 만들어진다면 출연할 마음이 있나.
(다 함께)_메이트 활동에 전념할 거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