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봐도 전쟁과 어울리지 않는 아이들이다. 남녀 8명으로 구성된 한 무리의 고등학생이 산속 깊은 계곡으로 캠핑을 떠난다. 누구는 이미 커플이고, 또 누구는 상대방의 마음이 어떤지 탐색하는 중이다. 물론 로맨스에 관심없이 순전히 캠핑이 즐거워서 따라온 아이도 있다. 캠핑 첫날 밤, 하늘 위로 정체불명의 제트기 수십대가 굉음을 내며 지나가기 전까지 이들에게 자연은 답답한 현실의 훌륭한 도피처였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마을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고 아이들은 무장한 군인들이 마을 사람들을 인질로 붙잡는 풍경을 발견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자원을 노린 주변 국가들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미래의 운명을 결정지을 거대한 전쟁이 시작된다’는 영화의 홍보 문구에 너무 신경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워 오브 투모로우>는 전쟁영화라기보다 10대 로맨스물에 더 가깝다. 극중 총격신 혹은 액션신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8명의 아이들이 가족과 국가를 구하기 위해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과 총에 맞아 부상당한 친구를 구출하려고 긴박한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의외로 볼 만하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감독은 아이들의 짝을 지어주려는 배려(?)를 잊지 않는데, 이는 10대 소년·소녀가 꿈꾸던 판타지일지도 모른다. 이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워 오브 투모로우>는 귀여운 구석으로 가득한 영화다. 전쟁을 외형으로 두른 성장담 혹은 10대 판타지물이랄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최고의 명성을 얻고 있다는 소설가 존 마스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2010년 9월 오스트레일리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