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루는 시대극 <음모자>의 초점은 링컨 대통령이나 북군이 아니라 암살 혐의자 중 한명인 메리 서랏(로빈 라이트)과 그녀를 변호한 프레데릭 에이컨(제임스 맥어보이)에게 맞춰진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그리는 데 목적이 있다기보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최근의 화두를 들고 과거의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헌법이라는 최상위법에 명시된 인간의 권리는 종종 정치적 의도에 의해 윤색된다. <흐르는 강물처럼>(1992), <호스 위스퍼러>(1998) 등으로 배우로서의 명성 못지않게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고, <모터싸이클 다이어리>(2004) 등으로 제작자로서의 명성도 굳힌 로버트 레드퍼드는 이 영화에서 미국 연방정부 최초의 여자 사형수 메리 서랏의 인권을 위해 자신의 기득권까지 포기한 에이컨이란 인물을 부각시킨다. 남북전쟁 북군 참전영웅 에이컨은 군인에서 변호사의 신분으로 돌아가는 동시에 사랑하는 여인과의 소박한 행복을 꿈꾼다. 순수한 애국심과 정의감을 소유한 에이컨에게 남부 출신 존슨 의원은 메리 서랏을 변호해줄 것을 요청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재판이니만큼 자신처럼 남부 출신이 아닌 북군 출신 에이컨이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두 아이를 키우며 여관을 운영하는 메리 서랏은 반란무장단체에 은신처를 제공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암살범 일행을 변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에이컨이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이 무시당하는 군사재판에서 변호받을 권리까지 박탈당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존슨 의원의 말에 설득당한다. 처음에는 형식만 갖출 요량이던 에이컨은 메리 서랏의 유죄를 증명할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심경에 변화가 생긴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에이컨은 자신이 속한 사회가 원하지 않는 변호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그는 복수를 위해 불의가 자행되는 사회 분위기에 맞서 외로운 투쟁을 벌이지만 암살자들을 기소한 전쟁부 장관 역시 “전시 중에 법은 침묵한다”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어 둘은 팽팽히 맞서게 된다. <음모자>에서 중요한 건 메리 서랏이 유죄인가 무죄인가라는 실체적 사실 확인이 아니다. 여론을 의식한 마녀사냥식의 재판에 맞서 용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문제가 중심이다. 설사 메리 서랏에게 죄가 있다 하더라도 재판 과정은 부당하며 에이컨은 그것에 맞서 싸운 것이다. <음모자>는 미국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을 다룬 영화답게 남북전쟁 시기의 생활상을 재현하기 위해 건축물과 의상 고증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요즘 가장 주목받은 배우 중 한명인 제임스 맥어보이와 매력적인 중년 여배우 로빈 라이트는 어려운 캐릭터에 충분히 동화된 모습으로 영화에 안정감을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