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색 직업을 가진 분들을 취재하는 ‘세상의 달인’ 팀에서 나왔습니다. 휴전선을 넘나들며 서울에서 평양까지 무엇이든 3시간 만에 배달하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있다고 해서 취재를 나왔습니다. 인터뷰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죄송합니다. 배달이 많이 밀려서 오늘은 좀 곤란합니다. 많이 해야 하루에 2번 정도 하면 끝인데 별로 남는 게 없어 그럽니다. 지금 여기서 털썩 앉았다가는 오늘 장사 끝이니 다음에 찾아오시죠.
-그래도 제발 어떻게 좀 안될까요. 인터뷰만 해주신다면 제 이 두툼한 입술로 키스든 인공호흡이든 다 해드리겠습니다. 제발요.
=이거 징그럽게 왜 이러십니까. 보아하니 주먹을 부르는 얼굴이신데, 그딴 거 안 해도 괜찮으니 일단 앉으시죠. 괜찮으니 물어볼 거 있으면 다 물어보세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런 일 하시려면 고충이 많을 거 같은데, 일단 벌이는 좀 괜찮으신지요?
=말도 마세요. 남조선이든 북조선이든 인간들이 워낙 빨리 배달해달라고 아우성이라 3시간 보다 늦으면 생난리가 나요. 그렇게 다들 성질 급한 거 보면 진짜 단일민족은 단일민족이야. 아무튼 그래서 우리 회사에서는 지난해부터 배달이 3시간 이상 지연되면 돈을 받지 않는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돈은 우리 월급에서 제하는 거지요.
-제가 알기로 부피가 큰 물건이나 사람이나 가리지 않고 다 배달하는 걸로 아는데 너무하네요.
=맞아요. 우리가 얼마나 중요한 물건을 배달할 때가 많은데, 이게 무슨 피자 조각도 아니고 정말, 못돼 처먹은 새끼들이지요. 아시겠지만 우리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수취인이 부재중이라고 경비실, 아니 휴전선 초소에 있는 군인한테 물건을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누구 총살당할 일 있어요? 그래서 지난달에는 제 동료 한명이 허겁지겁 서둘러 배달을 하다가 그만 지뢰를 밟고 죽은 일도 있어요.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런 것 좀 크게 써주세요.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시겠어요.
=그렇죠. 그럴 때마다 비싼 공진단을 먹으며 마음을 다스린답니다. 힘들게 벌어서 그렇게 비싼 한약 먹으면 끝인데 참 부질없네요. 여기 제 손목 좀 잡아보세요. 맥박이 정상이 아니에요.
-그런데 얼마 전에는 배달 중인 여자분과 사랑에 빠져 의뢰인의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거 정말 오해입니다. 그거야말로 다 죽어가는 사람 도와주려고 인공호흡했더니 키스로 오해받는 상황이지요. 그리고 요즘 제가 좋아하는 구애정씨랑 잘 안돼서 괴로워 죽겠는데 그런 말씀 마세요. 풍산개가 말이 좋아 충성심 강한 개지, 이제 얘기 듣고 싶지도 않아요. 저도 그냥 앞으로 나쁜 남자, 나쁜 개가 될래요. 저도 이제 충전이 필요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