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육식공룡과 초식공룡의 먹이사슬을 넘어선 아슬아슬한 만남 <고 녀석 맛나겠다>
2011-07-06
글 : 강병진

입안에 넣어도 삼키지만 않으면 괜찮아. 육식공룡과 초식공룡의 먹이사슬을 넘어선 만남을 그리는 <고 녀석 맛나겠다>의 세계관은 아슬아슬하면서도 낙관적이다. 스기이 기사부로의 <폭풍우 치는 밤에>(2005)가 이미 늑대와 염소의 우정을 묘사한 바 있지만 <고 녀석 맛나겠다>는 더 나아가 이들의 관계에서 가족애를 찾는다. 한 암컷 초식공룡이 어느 날 공룡알을 줍는다. 엄마처럼 품어 부화시키고 보니 육식공룡이다. 육식공룡이 두려운 동족들이 그를 죽이려 하자 엄마는 하트(최재호)란 이름을 붙여주고 함께 산속으로 들어간다. 어느 날, 하트는 생전 처음 만난 육식공룡들과의 사투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다. 하트의 두려움은 언젠가는 엄마를 먹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상상에서 비롯된다. 어느덧 성년이 된 하트 역시 공룡알 하나를 발견한다. 알에서 깨어난 공룡은 초식공룡인 안킬로사우루스. 하트는 “고 녀석 맛나겠다”며 입맛을 다시는데, 그 말을 들은 아기공룡은 자기 이름이 ‘맛나(정선혜)’인 줄 안다.

<고 녀석 맛나겠다>는 일본에서 150만부가 팔린 미야니시 다쓰야의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극장용 버전의 <고 녀석 맛나겠다>는 가족과 형제, 타인과의 사랑을 말하는 원작의 주제와 함께 무협영화의 스토리텔링을 가져와 좀더 밀도있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가족의 품을 떠난 하트는 홀로 살아가기 위해 몸을 단련하고, 가족이 된 맛나에게도 싸움을 가르친다. 하트의 맞수로 설정되는 이가 그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공룡인데, 아버지인 줄 모른 채 벌이는 이들의 혈투가 전하는 비장미도 상당하다. 여름방학 맞춤 개봉작이지만 부모 관객도 마냥 하품만 하고 있을 애니메이션은 아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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