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음모론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대한 농담이자 일종의 난센스 <초(민망한)능력자들>
2011-07-06
글 : 송경원

조지 클루니, 이완 맥그리거, 제프 브리지스, 그리고 케빈 스페이시까지. 배우들의 면면을 보노라면 <오션스 일레븐> 부럽지 않다. 이 쟁쟁한 배우들이 미군이 비밀리에 양성했던 초능력부대에 관한 영화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응당 음모가 얽힌 무겁고 중후한 영화가 떠오른다. 실제로 <초(민망한)능력자들>의 배우들은 한결같이 진지하다. 하지만 덩달아 진지한 태도로 이 영화를 관람했다간 초능력 병사들의 마인드 트릭에 보기 좋게 넘어갈 뿐이다. <초(민망한)능력자들>은 음모론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대한 농담이자 폭력과 전쟁에 관한 일종의 난센스다.

론 존슨의 논픽션 취재기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실존했던 미 육군 내 초능력 특수부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지역신문사 기자 밥 월튼(이완 맥그리거)은 외팔이 편집장에게 아내를 뺏기고도 헤드록을 당하는 억울한 인생이다. 특종을 찾아 전쟁터로 떠난 밥은 이라크 인근에서 초능력 병사 린 캐서디(조지 클루니)를 만난다. 그를 취재하고자 이라크 사막을 가로지르는 여정에 동참하기로 한 밥은 그 과정에서 황당무계한 초능력 부대의 실체를 하나씩 파헤쳐간다.

시선으로 염소 죽이기, 벽 통과하기처럼 괴상하고 애매한 능력들을 미 육군이 실제로 훈련했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하나의 농담이다. 덕분에 영화가 시종일관 늘어놓는 농담도 진담처럼 들리고, 진담도 농담처럼 느물느물해진다. 특히 전봇대로 이를 쑤셔도 멋질 조지 클루니의 넉살 좋은 연기가 일품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실소도 웃음이라면 100점짜리 실소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