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북한 체제의 허구성과 그 아이러니함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겨울나비>
2011-07-06
글 : 김성훈

<겨울나비>는 북한 함경북도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식량 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 아이들에게 음식을 배불리 먹는 건 ‘일상’이 아니라 ‘꿈’이다. 나무를 해다 팔며 병든 엄마(박소연)와 단둘이 살아가는 진호(정승원) 역시 요리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엄마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진호가 싫어하는 게 하나 있다. 엄마가 늘 자신의 음식 일부를 옆집에 사는 친구 성일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이 문제로 엄마와 다툰 어느 날, 진호는 홀로 산에서 나무를 하다 사고를 당하고 길을 잃는다. 며칠째 아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이상한 낌새를 차린 엄마는 아픈 몸을 이끌고 진호를 찾아나선다.

<두만강> <무산일기> <풍산개> 등 최근 탈북자를 주제로 한 한국영화와 달리 <겨울나비>는 북한 내부로 눈을 돌린다. 탈북자 출신인 김규민 감독은 먹을 게 없어 나무껍질을 뜯어먹는 소년들, 물건을 파는 사람만 있는 마을 시장, 당 간부와 인민에게 각기 다르게 적용되는 당 규율 등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하)는 풍경을 세세하게 펼쳐 보인다. 특히 병든 엄마가 집에 돌아온 진호를 아들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바라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북한 체제의 허구성과 그 아이러니함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데, 이는 이 영화의 아쉬운 지점이기도 하다. 감독은 주인공인 두 모자와 그들을 둘러싼 환경, 주변 인물들을 한데 모으지 않고 영화의 주제를 위해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친다. 그 점에서 <겨울나비>는 감독의 진심은 느껴지나 그걸 너무 강요하는 탓에 영화적인 매력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영화는 <국경의 남쪽> <타짜>의 연출부를 거쳐 <크로싱>의 조감독 출신인 김규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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