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말했다. 잡초가 잡초인 이유는 그저 우리가 아직 이름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잡동사니가 잡동사니인 이유도 단지 아직 필요한 사람 손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모든 물건은 각자 사연을 품고 있고, 물건을 바꾼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다. 아껴주고 소중히 다뤄줄 누군가의 손에서 잡동사니는 그 사람의 인생이 되고, 이야기가 되고, 세계를 바라보는 창문이 된다. 물건과 사람의 만남은 그래야 한다. 넓디넓은 도시에서 아직 서로 맺어지지 못한 사람과 물건을 이어주는 만남의 장소, 그곳이 바로 <타이페이 카페스토리> 속 두얼의 카페다.
오랫동안 우아한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소망이었던 두얼(계륜미)은 이모의 가게 자리를 이어받아 자신만의 카페를 개업한다. 맛있는 케이크와 커피 만들기를 부단히 연습해왔던 두얼은 자신만만했지만 가게 운영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어느 날 카라꽃을 가득 실은 트럭과 가벼운 접촉사고가 난 그녀는 수리비 대신 카라를 잔뜩 받아온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개업식에 친구들이 선물이랍시고 가져온 잡동사니 물건들로 골머리를 앓던 두얼에게 여동생 창얼은 잡동사니들의 물물교환을 제안한다. 이윽고 타이베이의 명소로 자리잡은 그녀들의 카페에는 물물교환을 원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비록 장사는 잘되었지만 자신이 애써 연마한 기술들이 무가치한 것 같아 우울해하던 두얼. 그런 그녀에게도 카페는 의미있는 만남을 선물한다. 자신의 브라우니가 맛있다고 해준 한 남자가 물물교환을 원한다며 35개의 비누를 들고 찾아온 것이다. 비누마다 이야기를 포장해주겠다는 남자와의 만남은 그녀를 서서히 변화시킨다.
<타이페이 카페스토리>는 ‘36번째 이야기’라는 대만 원제처럼 남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36번째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 나서게 된 두얼의 성장이 주요한 뼈대인 영화다. 그러나 사실 이 영화에서 결말은 그리 중요치 않다. 두얼의 카페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 물건을 바꾸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틈과 넉넉함의 가치가 이 영화의 진정한 미덕이다. 영화는 별다른 사건의 진행 없이 독백과 내레이션으로 진행되지만 중간중간 삽입된 질문과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스크린 너머 관객마저 두얼의 카페로 초대한다.
“만약 세계여행과 공부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신은 무엇을 고르겠습니까?” “당신의 마음속의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가요?”처럼 관객에게 직접 던지는 질문들은 타이베이 시민들의 입을 거쳐 다양한 답을 쏟아낸다. 하지만 <타이페이 카페스토리>는 서로 비교될 수 없는 물건의 가치처럼 각자 마음속에 있는 나름의 답을 발견하였을 때, 인생도 이야기도 풍성해질 수 있음을 ‘물물교환’이란 소재를 통해 은근히 전달한다. 이미 타이베이의 명소가 된 카페는 물론이고, 발마사지숍, 미장원, 야시장 등 도시 곳곳의 얼굴과 일상을 발견하는 재미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