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DVD] 블루레이로 돌아온 철이와 메텔
2011-07-08
글 : 이용철 (영화평론가)

<은하철도 999> (블루레이) (1979)
<안녕, 은하철도 999: 안드로메다 종착역> (블루레이) (1981)


감독 린 타로
상영시간 128분, 130분
화면포맷 1.78:1 아나모픽/ 음성포맷TrueHD 5.1 , LPCM 2.0 일본어, DD 2.0 한국어
자막 한글 / 출시사 노바미디어(2장)
화질 ★★★★ / 음질 ★★★★ / 부록 ★★★

아마 1981년경일 거다. <은하철도 999>가 한국 TV에서 방영되기 시작했다(당시 방영제목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일요일 아침에 <은하철도 999>를 보는 느낌은 묘했다. 재미를 떠나 궁금증이 먼저 드는 이상한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들은 왜 이렇게 어두운 애니메이션을 만든 걸까? 방송국은 일요일 아침에 우울한 프로그램을 편성한 이유가 뭘까? 이 이상한 기분의 정체는 뭘까?’ 이후 30년 동안 <은하철도 999>는 몇년의 간격을 두고 TV에서 계속 방영됐고, 더불어 세대별로 구분되는 팬들이 생겨났다. 여러 지인에게 <은하철도 999>에 대해 물어봤다. 각기 다른 세대의 그들 또한 우울함을 기억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대답했다. 한국의 1981년이면 군부정권이 이전의 독재정권을 연장했을 즈음이고, 부마항쟁과 광주항쟁의 피냄새가 채 가시지 않았을 때다. 눈과 입을 막아놓았던 그 시절에 까까머리 학생이 무얼 알았겠냐만 시대의 불안한 기운이 주변을 채우고 있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은하철도 999>가 청춘을 통과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건 이 작품이 실존의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원인 모를 불안감과 사무치는 고독감에 휩싸인 청춘들 곁에서 <은하철도 999>는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라고 묻고 있었던 것이다. ‘데츠로’ 혹은 우리에게 ‘철이’로 더 잘 알려진 소년은, 죽음이 사방에 널리고 폭력적인 상황이 반복되는 세상을 떠돌아야 한다. 바람에 휘날리는 청춘들이 시간의 궤도 위로 여행하는 데츠로와 남다른 동지애를 맺은 건 당연한 일이다.

마쓰모토 레이지의 원작 만화가 TV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건 1978년이었고, 원작이 아직 미완결된 시점인 1979년에 첫 극장판이 공개됐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작품으로선 최초로 흥행 수위의 기록을 달성했다. 원작과 TV애니메이션이 완결된 1981년에는 두 번째 극장판 <안녕, 은하철도 999>가 개봉됐다. 한국에선 TV애니메이션과 극장판이 뒤섞여 들어온 까닭에 팬들이 기억하는 <은하철도 999>는 혼란스럽다. 한편의 영화를 의도한 극장판은 TV판과 많은 부분에서 성격을 달리하고, 좀더 나이를 먹은 데츠로와 TV판의 데츠로가 외모부터 상이한 까닭에 혼란은 가중된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도 이 작품이 불후의 명작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신비한 여인 메텔은 데츠로가 자신을 ‘청춘의 환영’으로 추억해주기를 바란다. 시간을 여행하는 그녀는 오직 청춘의 시기를 보내는 자와 시공간을 공유한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성장하면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헤어져야 한다. 소년 데츠로가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과 만난 청춘들도 언젠가 어른으로 자란다. 나도 마찬가지다. 다시 본 <은하철도 999>는 그야말로 ‘청춘의 환영’과 같은 작품이다. <은하철도 999>는 오래전에 멀리 떠나보낸 청춘을 되돌아보게 한다. 거기에 남겨둔 꿈과 희망을 잊지 않기를 당부한다.

<은하철도 999> 극장판이 블루레이로 선보인다. 이미 DVD로 출시된 적이 있으나, 복원된 영상을 새 그릇에 담았다. 선명한 화질은 DVD의 텁텁한 그것과 비교를 불허한다. 부록 중 애니메이션 전문가 송락현, 이주석, 탁상의 음성해설이 이채롭다. 해박한 지식과 철철 넘치는 정보에 우선 놀라고, 이어 깊이있는 이해력에 감탄하게 된다. 한국 홈비디오에 실린 전문가의 음성해설 중 가히 최고의 것이라 하겠다. 한국어 트랙을 별도 지원하며, 예고편과 뮤직비디오 등의 부록을 제공한다. 참, ‘무기한 승차권’은 깜짝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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