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판.판]
[강병진의 판판판] 3D라서 대접받는 시대 끝났다
2011-07-11
글 : 강병진
관객들 인식변화… 3D영화의 배급· 마케팅에도 전략이 필요한 때
<트랜스포머3>

“왜 <트랜스포머 3D>가 아니라 <트랜스포머3>일까요?” 맥스무비의 김형호 실장이 의문을 제기했다. 하긴 3편이니 3D로 붙여도 자연스러웠을 거다. <스텝업 3D>도 시리즈로는 3편이었다. 하물며 <레지던트 이블4>는 ‘끝나지 않은 전쟁 3D’란 부제를 달았다. 7번째 시리즈였는데, <쏘우 3D>로 개봉한 사례도 있다. 김형호 실장은 “관객 타깃층을 3D 선호층으로 좁히지 않으려고 했던 게 아니겠냐”고 예상했다. 반면에 사실상 한국 최초의 3D블록버스터인 <7광구>는 아예 ‘3D 제작보고회’란 명칭을 붙여 행사를 열 정도로 3D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7월7일에 열린 이 행사에서는 모팩의 장성호 대표가 나와 3D 제작과정과 기술적 특징을 설명하기도 했다. <아바타> 이후 개봉한 3D영화들은 모두 3D를 내세웠다고 생각했지만 <트랜스포머3>와 <7광구>의 사례를 보면 3D영화의 배급· 마케팅에도 상당한 전략이 숨어있는 듯싶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2011년 상반기 영화산업결산에 따르면 <쿵푸팬더2>는 약 49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이중 2D(필름, 디지털 상영)를 본 관객과 3D(3D 디지털, IMAX, 4D)를 관람한 관객의 비중이 6:4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토르: 천둥의 신>은 거의 5:5이고, <라푼젤>은 2:8로 아예 다른 비율이었다. 영진위의 자료에는 없지만 이 결과에 실제 스크린 수의 비율을 대입해봐야 할 듯하다. <쿵푸팬더2>는 개봉 첫주 2D 스크린이 608개, 3D 스크린이 381개였다. <라푼젤> 역시 관객 수 비율과 비슷한 111개(2D)와 345개(3D)다. 눈에 띄는 건 <토르…>의 스크린 비율이다. 관객 수는 5:5지만 스크린 수는 151개(2D) 대 352개(3D)로 나타났다. <라푼젤>을 배급한 한국 소니픽쳐스 릴리징브에나비스타 영화의 석송자 차장은 “미국에서 개봉할 때부터 3D의 퀄리티가 높게 평가됐기 때문에 3D 상영관을 더 많이 확보했다”고 말했다. CJ E&M에 따르면 <쿵푸팬더2>는 가족 관객을 주 관객층으로 봤을 때의 가격부담, 그리고 관객층을 넓게 포용하려는 차원에서 2D 상영관을 늘렸다고 한다. <토르…>는 개봉 초기 20, 30대 관객을 겨냥한 3D 마케팅을 위해 개봉 첫주에 3D 스크린을 대폭 늘렸고 이후 점점 비중을 낮춰간 경우다. 그렇다면 <트랜스포머3>는 어떨까? 개봉 첫주, <트랜스포머3>는 2D가 663개, 3D가 635개로 거의 같은 비중의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하지만 관객예매율은 37% 대 63%으로 나타났다. 77.7%로 기록된 <라푼젤>의 3D 관객점유율과 <트랜스포머3>는 63%는 매우 다른 성격의 수치인 셈이다.

3D 마케팅이 다양화된 배경에는 3D에 대한 관객의 인식변화가 있는 듯 보인다. <아바타>와 이후 <아바타>의 후광을 입은 몇몇 작품은 3D 효과의 질과 상관없이 3D의 덕을 봤지만 이제는 관객도 ‘볼 만한 3D영화’와 ‘2D로 보는 게 나은 3D영화’를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7광구> 제작보고회에서 장성호 대표 역시 “직접적인 3D 촬영에 비해 3D 컨버팅이 질 낮은 방식으로 알려져 있어서 이런 자리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7광구>는 기존 컨버팅이 아닌 ‘VFX + 3D 컨버팅’이란 방식을 활용했다). 내세우거나, 조금 뒤로 빼거나, 늘리거나, 줄이거나, 아예 설명하거나. 3D 마케팅은 3D의 퀄리티와 관객의 눈높이, 타깃층의 범위와 3D 요금이 늘려줄 매출규모 사이에서 최적의 지점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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