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뉴욕] 노래로 말해요
2011-07-13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나폴리의 역사와 정서 담은 존 터투로의 음악영화 <열정>
<열정>

존 터투로는 감독이다. 물론 우리는 그를 <바톤 핑크>의 연기파 배우나 <트랜스포머>의 허허실실한 조연으로 알고 있겠지만 그는 이미 영화를 네편이나 만든 감독이다. 그의 네 번째 연출작인 <열정>(Passione)이 최근 뉴욕 맨해튼 필름포럼에서 상영됐다. 제목처럼 감독으로서 존 터투로의 열정이 묻어나는 <열정>은 이탈리아 나폴리의 역사와 정서를 23곡의 노래를 통해 들려주는 영화다. <열정>의 가장 큰 장점은 나폴리 사람들의 감성을 노래를 통해 관객이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열정>에 삽입된 노래 속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 뒤 미국으로부터 받은 영향은 물론, 수백년 전부터 내려오는 사랑과 이별, 나폴리의 일상생활에서부터 매춘부들의 비애까지, 정말로 다양하다. 존 터투로는 “모든 곡들이 각각 나폴리의 다른 부분을 이야기한다. 역사학자나 음악학자들의 토론 없이도 말이다”라며 “재능있는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을 하다보면 당연히 작품이 변하게 된다. 곡 역시 그 자체가 좋다면 다른 설명 없이도 관객과 교감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형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열정>에 출연하는 뮤지션들은 존 터투로가 지난 2년간 음악학 연구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페드리코 바칼레프레의 도움으로 추려낸 전문 뮤지션들이다. 작품 내 포함된 뮤지컬 넘버 중 절반 이상이 라이브로 촬영됐다. 눈에 띄는 노래는 2차대전 뒤 흑인 미군 병사와 나폴리 여성 사이에서 태어나 아버지 얼굴은 모르지만 그가 미국에서 보내준 재즈 앨범을 사랑해 뮤지션이 되었다는 제임스 세네세의 <Passione>, 구슬프게 이별의 아픔을 부른 미시아의 <Indifferentemente>, 허스키한 목소리로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작부’의 노래를 부른 피에트라 몬테코르비노의 <Nun te scurda> 등이 있다. 존 터투로에 따르면 나폴리의 중심은 물론 빈민촌이나 해변가 등지에서도 촬영을 진행했는데 다른 나라에서 촬영할 때처럼 구경꾼이 인산인해를 이루지는 않았다고 한다. “여기는 나폴리다. (길가에서 갑자기 이유없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보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경험이다.”

<열정>은 지난해 10월 이탈리아에서 최초 개봉한 뒤 큰 인기를 얻었으며 O.S.T는 25주간 차트 순위에 올랐다. 이에 힘을 얻어 <열정>에 출연한 뮤지션 중 일부가 현재 이탈리아 투어 공연을 펼치고 있다. 터투로 감독에 따르면 곧 뉴욕 공연도 계획하고 있단다. 나폴리의 열정이 조만간 세계로 전해질 듯하다.

이탈리아 음악 들으며 정체성 찾았지

존 터투로 감독


-당신도 나폴리 출신인가.
=아니다. 반은 시칠리아이고 반은 풀리아(이탈리아 남동부)다. 나폴리에서 작업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람들이나 도시, 영혼… 모두가 좋았다. 한번만 가도 영원히 가슴에 남는 그런 장소가 있지 않나. 나에게는 나폴리가 그런 곳이다.



-다양한 시대의 음악이 소개된다.
=한때 독특했던 문화가 요새는 개성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현대와 과거의 역사를 함께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 특히 나폴리의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퍼포먼스로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두 번째 연출작 <일루미나타>에도 이탈리아 음악이 나오는데,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나.
=아버지가 이탈리아 이민 1세대고 어머니는 시칠리아계 2세다. 그래서 이탈리안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랐다. 내 정체성을 이런 음악에서 조금씩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인 것 같다. 나폴리 뮤지션들은 즉흥 연주를 많이 하는데, 나폴리에서 살다보면 즉흥적인 임기응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동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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