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일말의 의문이 필요치 않은 직선운동의 쾌감 <포인트 블랭크>
2011-07-13
글 : 송경원

일말의 의문도 필요치 않다. 아니 허락하지 않는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그러나 한번에 하나씩 명쾌하게 전개되는 사건의 연쇄 위에서 관객은 저절로 그들의 도주와 추격에 동참하게 된다. <쓰리 데이즈>의 각본으로 잘 알려진 프레드 카바예 감독의 신작 <포인트 블랭크>는 간만에 찾아온 깔끔하고 시원한 액션스릴러다. 쓸데없이 한눈팔지 않는 이 영화는 추격액션영화가 응당 지녀야 할 기본적인 요소의 결합만으로도 충분한 긴장과 박진감을 끌어낼 수 있음을 증명한다.

간호조무사를 준비 중인 사무엘(질 를르슈)은 사랑하는 아내, 곧 태어날 아이와 함께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다. 혼수상태의 환자를 죽이려는 남자로부터 환자를 구한 사무엘은 다음날 집에서 괴한에게 습격당하고, 아내를 납치한 괴한은 사무엘에게 환자를 빼오도록 협박한다. 그러나 환자의 정체는 음모에 빠진 킬러였고 덕분에 사무엘도 덩달아 누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누명을 벗고 아내를 구출하기 위해, 복수를 꿈꾸는 킬러 위고(로쉬디 잼)와 함께하기로 한 사무엘. 쫓기는 자에서 쫓는 자로, 자신들을 위기로 몰아넣은 자들을 향한 그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추격 액션 본연의 쾌감을 선보였던 <테이큰>의 참신함 이후 비슷한 영화들이 양산되며 유사 영화들의 매력이 반감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야기의 진부함이 아닌 구성의 안일함에 있다. 대개 흥행했던 전작들을 언급하는 건 상투적인 홍보 문구에 그치는 게 다반사지만 적어도 <포인트 블랭크>는 <테이큰>이나 <미션 임파서블>이 선보였던 장르의 미덕을 확실히 간직하고 있다. 추격 액션의 성패는 긴박감과 속도감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유지하는가에 달려 있으며 여기엔 딱히 독창적인 시점이나 기교, 복잡한 설정이 필요치 않다. 오히려 목적과 이야기가 단순할수록 달려나가는 힘은 탄력을 받는다. 대신 힘을 쏟아야 할 곳은 리듬의 조절이다. 잡다한 설정과 상황으로 상영시간만 늘린 지루한 영화들이 난무하는 요즘, <포인트 블랭크>는 제목 그대로 단순 명쾌한 직선 추격의 쾌감을 다시금 되살린다.

이러한 직선운동의 쾌감은 흡입력있는 리듬감과 더불어 추격장면 본연의 근원적인 활력과도 연결된다. <포인트 블랭크>의 액션은 이 부분을 십분 자극한다. 투박하고 실감나는 도주 위주로 구성된 화면은 현실감을 더하고, 여기에 프랑스의 명배우 3인방인 질 를르슈, 로쉬디 잼, 프레드 카바예의 색깔있는 연기가 더해져 다소 밋밋해 보이는 이야기에 무게를 싣는다. 결국 잔꾀 부릴 줄 모르고 직구 승부하는 이 영화는 망설임없는 전개, 변화하지 않는 캐릭터들, 우직하리만큼 정확한 숏의 사용으로 관객도 인물들도 고민없이 내달리도록 만든다. 특히 적재적소에 교본처럼 사용된 사운드의 활용은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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