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꾸미지 않은 전쟁의 참상 <고지전> 첫 공개
2011-07-14
글 : 이화정

일시 7월 11일(월) 오후 2시30분
장소 메가박스 코엑스

이 영화
1953년 2월, 휴전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교착전이 한창인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에서 전사한 중대장의 시신에서 아군의 총알이 발견된다. 상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적과의 내통과 관련되어 있음을 의심하고 방첩대 중위 강은표(신하균)에게 동부전선으로 가 조사하라는 임무를 내린다. 애록고지로 향한 은표는 그 곳에서 죽은 줄 알았던 친구 김수혁(고수)을 만나게 된다. 유약한 학생이었던 수혁은 2년 사이에 이등병에서 중위로 특진해 악어중대의 실질적 리더가 되어 있고, 그가 함께하는 악어중대는 명성과 달리 춥다고 북한 군복을 덧입는 모습을 보이고 갓 스무살이 된 어린 청년이 대위로 부대를 이끄는 등 뭔가 미심쩍다. 살아 돌아온 친구, 의심스러운 악어중대.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은표는 오직 병사들의 목숨으로만 지켜낼 수 있는 최후의 격전지 애록고지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데…

100자평

<고지전>의 혈통은 <플래툰>과 <씬 레드 라인>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서부터 이어진다. 이들 영화는 전쟁의 포화 한가운데로 비집고 들어가서 반전을 외친다. 전쟁 당시가 아닌 전쟁 후에야 가능한 철학과 사상이 반영된 결과치다. 이 지극한 인간애를 보여주기 위해서 전쟁장르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단 하나다. 아이러니하게 들리지만, 가장 실감나는 전쟁을 재현하는 것. 끔찍할 만큼 소름끼치는 그곳의 공기를 담아내는 순간 반전의 이데올로기가 피부로 느껴지는 것이다. <고지전>은 그 재현에 있어서 지금껏 한국 전쟁장르 영화가 보여주었던 최상의 고지를 탈환하는데 성공한다. 총소리와 포격의 굉음 속에서도, 이 새로운 기준은 요란스럽지 않고 차분하게 정립된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고지전>은 극 중의 대사처럼 "전쟁 자체와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겪는 죽음과 두려움, 모르핀으로도 나아지지 않는 기억 속의 상처들은 모두 적이 아닌 전쟁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박상연 작가를 공유하고 있는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남북한 병사들의 교감을 그리고 있지만, <고지전>은 가능할 법한 우정에 몰입하지 않고 그 때문에 더 비극적인 전쟁을 묘사했다. 6.25의 시작이 아닌 끝나는 시점을 주목했으면서도 활력있는 전투씬과 울림이 큰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전쟁영화라는 장르로 볼 때도 기록될 만한 시도일 것이다. 다만, 반전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강병진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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