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블록버스터를 만들기 비교적 수월한 장르? 카체이스 액션영화다. 뤽 베송의 <택시> 시리즈를 생각해보시라. 카체이스 장르는 지역적 이식이 수월하고 특수효과 역시 흉내내기 쉽다. <퀵> 역시 <택시>와 비슷한 전략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할리우드 카체이스의 기술을 모범사례로 삼은 뒤 지역적인 색채를 가미하는 전략 말이다. 그럼 <퀵>의 지역적인 색채가 뭐냐고? 퀵서비스와 폭주족이라는 한국적 소재, 그리고 JK필름 특유의 (두 가지 의미로) ‘부산’스러운 유머다.
어린 시절 폭주족이었던 기수(이민기)는 서울의 끝과 끝을 20분 만에 주파하는 오토바이 퀵서비스맨이다. 생방시간에 쫓기는 아이돌 가수 아롬(강예원)을 배달하려다 그는 테러에 가담하게 된다. 의문의 남자는 아롬이 쓴 헬멧을 통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기수에게 폭탄을 특정 장소에 배달하라 명령한다. 명령을 거부하면 헬멧은 폭발한다. 기수와 아롬은 서울의 도심을 질주하며 폭탄을 배달하고, 같은 폭주족 출신인 교통경찰 명식(김인권)을 비롯한 경찰들한테 쫓기기 시작한다.
<뚝방전설>의 조범구 감독이 연출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퀵>은 윤제균, 그러니까 JK필름의 영화다. <해운대>의 조연 세명을 모두 끌어들인 것 외에도 경상도 사투리로 끝없이 오가는 대사와 유머 덕에 <퀵>은 거의 <해운대2>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래도 카체이스 블록버스터로서 <퀵>은 제 몫을 해낸다. 특히 쏟아지는 가스통을 피하며 질주하는 시퀀스는 <매트릭스2 리로디드>나 <나쁜 녀석들2>의 기막힌 변주다. <퀵>은 모든 주인공과 탈것들이 흥분제를 들이마시고 115분 동안 질주하는 영화다. 수다스러운 경상도 친구와 롤러코스터를 탄다는 기분으로 좌석에 앉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