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유명 도시들의 풍경을 디테일한 유머요소로 활용하는 픽사의 놀라운 솜씨 <카2>
2011-07-20
글 : 김용언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레이싱 카 라이트닝 맥퀸(오언 윌슨)이 전세계적인 스타가 되어 금의환향한다. 오붓한 휴식을 취하려던 맥퀸의 소망과 달리 단짝인 견인차 메이터(래리 더 케이블 가이)의 오지랖으로 또다시 세계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석유가 아닌 대체연료 알리놀을 사용해야 하는 이 대회에서, 메이터는 뜻하지 않게 국제적인 첩보전에 휘말린다. 영국 최고의 스파이 핀 맥미사일(마이클 케인)과 아름다운 초보 스파이 홀리 쉬프트웰(에밀리 모티머)이 메이터를 미국 스파이로 오해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카>는 자기과시욕에 빠진 청년이 작은 시골 마을 래디테이터 스프링스에서 진정한 사랑과 우정의 가치를 깨닫는다는 성장물 공식에 충실했다. <카2>는 시리즈물로서는 꽤 이색적이게도 장르를 완전히 바꿔버린다. 어린 시절 TV시리즈 <첩보원 0011>을 보며 성장했고 지금도 ‘본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라는 존 래세터 감독은 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한 차의 매력과 현란한 레이싱 스펙터클 매력을 첩보물과 결합시키려는 아이디어를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

더불어 이번엔 수다쟁이 메이터가 맥퀸의 뒤를 이어 ‘성장하는’ 주인공 역을 맡는다. 주변의 바보 취급에 상처받다가 결국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제일 좋다는 소박한 진실을 깨닫는 성장물의 전통 말이다. 하지만 메이터의 수선스러움이 사랑스러운 어리석음이라기보단 다소 짜증스런 클리셰로 비치는 반면, 새롭게 등장한 라이트닝 맥퀸의 라이벌 프란체스코 베느루이가 훨씬 활기찬 재미를 담보한다.

초반엔 자동차 마니아들만이 이해할 법한 자동차 유머 덕분에 다소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중반으로 넘어가며 <카2>는 다른 차원으로 들어선다. 일종의 21세기판 <80일간의 세계일주> 어드벤처로 바뀌는 데 “각 배경 도시에 적절한 자동차들이야말로 각 도시의 원주민”이라는 제작진의 자부심이 빈말이 아니다. 실사영화에서 수없이 보아온 유명 도시들의 대표 이미지를 디테일한 유머 요소로 활용하는 픽사의 솜씨는 여전히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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