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해리 포터> 시리즈는 모두의 한 시절이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
2011-07-20
글 : 장영엽 (편집장)

호그와트행 열차가 종착역에 다다랐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이 마지막 열차가 그 어느 때보다 가슴 뭉클한 볼거리들을 잔뜩 싣고 왔다는 점이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는(이하 <죽음의 성물2>) 7편의 영화 시리즈와 6조원이라는 흥행 수익에 부끄럽지 않은,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 역사에 모범적인 선례로 남을 만한 종장이다.

영화는 ‘죽음의 성물’인 딱총나무 지팡이를 손에 넣은 볼드모트(레이프 파인즈)의 모습으로 포문을 연다. 스네이프가 교장에 오른 호그와트는 옛 소련의 모습처럼 질서정연하고 엄숙하다. 이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는 건 볼드모트의 영혼이 담긴 호크룩스를 파괴하기 위해 모교로 돌아온 자퇴생들(해리, 헤르미온느, 론)이다. 해리 포터(대니얼 래드클리프)가 돌아오자 호그와트의 모든 학생들은 죽음을 먹는 자들에 맞서 결사항전을 준비한다.

교수들이 설치한 마법 방어막이 어둠의 마법사들이 쏘아올린 마법과 충돌하며 거대한 불꽃놀이가 벌어지고, 학교를 수호하는 대리석 병정들이 거인과 맞붙는 마법전쟁은 황홀한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이 죽음의 잔치가 매혹적인 이유는 <죽음의 성물2>가 <아바타> 이래 가장 만족스러운 3D 효과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해리 일행이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키는 수레를 타고 호크룩스가 있는 그린고트 지하 동굴의 까마득한 비밀 금고로 떨어지는 장면은 이 영화가 아동 판타지물을 넘어선 끝내주는 엔터테인먼트영화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관객이 사랑해왔던 캐릭터들의 퇴장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는 시리즈 역사상 가장 사연 많고 복잡한 인물이었던 스네이프 교수의 죽음과 과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스네이프와 해리의 연결 고리가 드러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 아리고 쓸쓸한 대목이다. 모험의 한축을 담당하는 건 네빌(매튜 루이스), 론(루퍼트 그린트)과 헤르미온느(에마 왓슨)다. 비웃음을 사기 일쑤였던 네빌은 볼드모트와 해리의 마지막 대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론과 헤르미온느는 언제나 그렇듯 해리의 든든한 지원자다.

그리고 해리 포터가 있다. 프리벳가의 허름한 벽장 속에 살던 꼬마 소년은 모두를 살리기 위해 죽음만이 기다리는 금지된 숲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 “이게 현실인가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만난 덤블도어에게 소년은 묻는다. “물론 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하지만 현실이 아닌 건 아니란다.” 덤블도어의 말처럼 <해리 포터> 시리즈는 완전한 픽션도, 완전한 현실도 아니다. 소년 마법사는 조앤 롤링의 머릿속에서 태어났지만 영화 현장에서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세명의 소년소녀와 시리즈와 함께 ‘성장한’ 팬들은 가짜가 아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모두의 한 시절이다. 지금까지 이런 프랜차이즈 영화는 없었다. 앞으로도 보기 힘들 것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