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통해 금기의 경계를 건드리다. <인 마이 슬립>
2011-07-27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우리의 인생을 단순하게 이분하자면 깨어 있는 시간과 잠들어 있는 시간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자는 것도 깨어 있는 것도 아닌 시간을 보낸다면 어쩌면 가장 끔찍한 악몽이 될 것이다. <인 마이 슬립>의 주인공은 수면 중에 온갖 행동을 할 수 있는 ‘패러솜니아’라는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어느 날, 잠이 깬 마커스는 침대가 피범벅되어 있는 걸 발견하고 아연실색하는데 이미 문 앞에는 경찰이 와 있다. 자신이 자고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괴로워하는 마커스의 모습을 뒤로한 채 영화는 40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파에서 마사지사로 일하는 마커스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누구와도 진지한 만남을 지속하지 못한다. 매번 데이트 상대를 바꾸다보니 만났던 여자들을 기억하지도 못할 지경이다. 그런 마커스의 생일에 모르는 여자에게서 협박장이 도착하고, 설상가상 가장 친한 친구의 아내를 살해한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살인사건에서 시작해서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추적해가는 심리스릴러 <인 마이 슬립>은 금기의 경계를 건드린다. 마커스의 인생을 가로막는 존재인 친구의 아내, 아버지가 그 경계에 있다. 꿈이란 것이 현실의 원망 충족임을 보여주는 데 충실한 이 영화는 주인공의 과거를 추적하는 데 중점을 두다보니 스릴러로서 범인을 추리하는 힘은 떨어진다. 대신, 최근 영화 <비몽>(김기덕, 2008)이나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레베카 밀러, 2009)가 몽유병을 앓는 여자주인공의 멜로드라마였다면 <인 마이 슬립>은 같은 병을 앓는 남자주인공의 스릴러라는 장르적 변이가 흥미로운 영화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욕망을 수면 상태에서 실행하는 것은 같지만 여자는 로맨스로 남자는 범죄로 연루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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