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차라리 파멸로 치닫는 치정극을 구성했더라면 어땟을까 <링크>
2011-07-27
글 : 이영진

재현(류덕환)은 사고로 의식을 잃은 여동생이 숨을 거두자 뒤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끔직이 아끼던 여동생의 죽음 이후 방황하던 재현은 대학 선배 성우(김영재)의 도움으로 학원 강사 일을 시작한다. 한편, 여고생 수정(곽지민)은 가출한 뒤 학원 선생인 재현의 집에 찾아들고,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박에 알아맞히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재현에게 보여준다.

<링크>를 놓고 이야기의 앞뒤를 정교한 논리로 단단하게 묶은 영화라고 말하긴 어렵다. 타인의 생각을 훔쳐낼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식하기까지 하는 수정의 ‘링크’ 능력을 영화가 일러주는 대로 초자연적인 현상이라 믿어버리면 곤란하다. 단적으로 재현에게 먹히는 수정의 초능력이 성우에게는 왜인지 통하지 않는다. 영화는 이에 대한 설명을 뚜렷하게 내놓지 않는다. 외려 수정의 ‘링크’ 능력을 소녀가 상상하는 사랑의 힘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그래야만 후반부에 재현을 앞세운 수정의 복수극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링크>의 약점은 뱀파이어영화처럼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인물들을 불러들여놓고 정작 캐릭터들을 매력적으로 빚어내진 못했다는 것이다. 수정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남자(정찬)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렵다. 차라리 수정과 재현을 중심으로 파멸로 치닫는 치정극을 구성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사마리아>의 곽지민과 <우리 동네>의 류덕환까지 연상되는 재미를 던져줬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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