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고상한 이 여교수의 이중생활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심장이 뛰네>
2011-07-27
글 : 이영진

“<여교수의 은밀한 알바>는 어때?” <심장이 뛰네>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극중 에로영화 제작자의 비아냥거리는 대사를 빌려오는 것이 나을 듯하다. 낮엔 학생들을 지도하는 고상한 여교수가 밤엔 에로영화 배우로 변신하니 말이다. 망측하고 민망한 여교수의 이중생활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주리(유동숙)는 마흔이 코앞인데 키스 한번 제대로 못해봤다.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야동’에 빠져들지만 허기진 상상은 외로움을 더욱 부채질할 뿐이다. 결국 그녀는 10년 만에 만난 친구 명숙(변지연)에게 간청해 에로영화 배우로 데뷔하게 되고, 상대 배우인 별(원태희)에게 점점 빠져든다.

<심장이 뛰네>의 보도자료에는 “여성의 성에 대한 성장통을 다룬 격조 높은 포르노”라는 한 영화평론가의 호의어린 평가가 실려 있는데, 이를 수긍하기란 사실 쉽지 않다. 먹을 것을 찾듯이 섹스 또한 자연스러운 본능이라고, 자신들의 섹스는 점잔 빼는 가식적인 세상을 엿먹이려는 퍼포먼스라고, 극중 인물들은 맹목적으로 외칠 뿐이다. 에로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감행하는 여교수, 정작 카메라 앞에 서자 옷 벗기를 망설이는 여교수를 보여주는 데는 인색하지 않으면서도 카메라는 그녀의 성적 환상의 지층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그녀의 욕망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묘사해야 할 때가 되면 잠자코 침묵한다. 상대 남자배우에 대해 여교수가 품는 사랑의 감정이 급작스러워 보이고, 선배 교수의 입술을 훔친 뒤 사직서를 내던지는 여교수의 행위가 생뚱맞아 보이고, 멍한 표정으로 ‘지랄 같은 인생’을 한탄하는 여교수에게 공감할 수 없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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