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배우들의 땀내 물씬 나는 액션 연기로 메워진 <짐승>
2011-07-27
글 : 이영진

공공의 적을 제압하는 사적 복수? 이젠 액션 장르에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설정이 돼버렸다. <짐승> 또한 무기력한 공권력에 의지하는 대신 스스로 ‘무법의 테러리스트’가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특수부대원인 태훈(정석원)은 휴가를 나왔다가 여동생 보라(이나리)가 인터넷 포르노 방송에 출연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충격을 받는다. “동생이 납치됐다는 증거가 어딨냐”며 심드렁하게 반응하는 경찰을 뒤로하고 태훈은 보라의 동료 세연(전세홍)과 함께 실종된 동생을 찾아 나선다.

<짐승>의 극적 구성은 지극히 단순하고 또 앙상하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당한 대로 갚아주겠다는 주인공의 복수 의지만이 이야기의 유일한 동력이다. 범죄자들의 근거지를 추적하거나 범죄자들과 머리싸움을 벌이는 과정을 기대했다간 낭패를 볼지도 모른다. 태훈의 주변 인물들 또한 범죄자들이 숨어 있는 장소를 제보하는 기능적인 역할만을 부여받는다. 태훈의 뒤를 쫓는 특수부대원들 역시 갈등을 불러일으키기엔 역부족이다.

이러한 액션영화들이 취하는 전략은 익히 예상할 수 있다. 몸과 몸이 부딪치는 액션의 쾌감을 숨쉴 틈 주지 않고 전시하는 것이다. 물론 저예산영화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규모와 강도를 조금씩 높이는 스펙터클한 액션장면을 바라는 건 다소 무리다. 하지만 배우들의 땀내 물씬 나는 액션 연기는 <짐승>이 지닌 극적 한계를 얼마간 메우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유도, 태권도, 합기도 등을 연마했다는 정석원은 <짐승>에서 화려하진 않지만 민첩한 몸놀림으로 이목을 잡아끈다. <스승의 은혜> <호로비츠를 위하여> 연출부 출신인 황유식 감독의 장편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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