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14년이 지난 지금에야 한국 땅을 밟은 이 아름다운 영화 <실락원>
2011-07-27
글 : 송경원

완벽주의자인 의사 남편과 애정없는 결혼생활에 메말라가는 30대 중반의 여성 린코(구로키 히토미). 그녀는 어느 날 한직으로 밀려난 50대의 구키(야쿠쇼 고지)를 만나 첫눈에 반하고, 권태기에 빠졌던 구키 또한 그녀에게서 구원을 얻는다. 두 사람은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뒤늦게 찾아온 소중한 사랑에 감사하며 위험한 관계를 계속해 나가지만 결국 얼마 안 가 들통나고 만다. 아내의 불륜을 의심한 남편이 사설탐정을 고용해 찍은 외도 현장의 사진을 구키의 회사로 보낸 것이다. 구키는 회사에서 쫓겨나고 이혼까지 당하지만 린코의 남편은 그녀를 괴롭히기만 할 뿐 이혼을 해주지는 않는다. 주변 사람 모두가 두 사람을 질책하는 가운데 설 곳 잃은 두 남녀는 결국 둘만의 낙원을 찾아 마지막 밀월여행을 떠난다.

무려 14년 만의 한국 개봉이다. 1997년 일본을 달구었던 와타나베 준이치의 소설 <실락원>은 바로 다음해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고지를 주연으로 영화화되었고 개봉 당시 엄청난 반응과 흥행을 몰고 왔다. ‘실락원증후군’ 혹은 ‘신쥬’(동반자살)라는 사회적 현상까지 일으키며 파란이 되었던 이 영화는 일본 문화 개방 초기부터 화제였지만 14년이 지난 지금에야 한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되었다. 이야기 자체는 익숙한 것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대담하고 아름다운 영상은 이제는 공인된 명작으로서 오히려 더욱 애틋한 빛을 발한다. 개봉 당시 문제가 되었던 표현 수위는 도리어 절제된 세련미로 다가오며, 불륜에 빠진 남녀의 설렘과 긴장을 잡아낸 모리타 요시미쓰 감독의 섬세하면서도 대담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물론 불륜마저 사랑으로 승화시켜버리는 두 명배우의 연기는 두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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