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어벤져>를 미국이 아닌 타국 시장에 공개하는 기분은 어떤가.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미국적인 부분은 타이틀이다(원제는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다). 성조기로 만든 의상을 입은 남자가 등장하지만 그저 옳은 일을 하고,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싶었던 남자의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국제적이고, 이상적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영웅담이다.
-타이틀에 ‘캡틴 아메리카’가 들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맞다. 우리는 선전영화가 되거나 정치적 견해를 담은 영화로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한국에서만 <퍼스트 어벤져>라는 제목으로 개봉한다.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을 바꾸는 것으로 더 많은 관객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면 만족한다.
-후반작업에서 3D로 변환했다. 3D 상영에 대해서 미리 고려하지는 않았나.
=처음부터 3D 상영을 고려했지만 3D로 촬영하고 싶지 않았다. 3D 촬영은 세트 전반에 대한 장악력을 축소시키고, 렌즈를 갈아 끼우고 장비를 이동하는 등 촬영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다. 117페이지에 이르는 스크립트에 신은 많고 촬영 시간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촬영 시작 전부터 신 리스트를 세심하게 만들고, 3D는 후반작업으로 변환하기로 했다. 덕분에 버리는 장면 없이 거의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테스트 촬영 결과도 2D가 더 편안했다.
-캐스팅 경쟁이 치열했다고 들었다. 캡틴 아메리카를 캐스팅하는 데 어떤 기준이 있었나.
=우선 훌륭한 배우를 원했고, 너무 유명한 배우는 아니었으면 했다. 크리스 에반스는 초기부터 물망에 올랐던 배우다. 그런데 크리스가 거절했다. 적어도 두번 이상은 거절했을 것이다. 그래도 계속 크리스의 의중을 물었고, 스튜디오에 초대해서 영화의 비주얼을 보여줬다. 심지어 그를 모델로 코스튬을 입은 캡틴 아메리카의 일러스트를 그려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왜 그토록 이 영화를 거절했는지 알고 있나.
=내가 알기로는 <판타스틱4> 때문이다(크리스 에반스는 <판타스틱4>에서 ‘휴먼 토치’를 연기했다). 크리스는 굉장히 영리한 배우인 동시에 작가, 감독으로서의 욕심도 있기 때문에 타입 캐스팅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영화가 당신에게 어필한 점은 무엇이었나.
=슈퍼파워가 없다는 점? 캡틴 아메리카는 발목도 꺾이고 총에 맞으면 죽는다. 그저 신체 능력이 뛰어난 남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