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대신 피를 마시는 자동차가 있다면? <하이브리드>는 사람 잡는 괴물 자동차와 맞닥뜨린 이들의 이야기다. 틸다(샤넌 백너)는 솜씨 좋은 자동차 정비공. 조만간 승진할 것이라 기대하는 그녀는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주말에도 정비소에 나간다. 정비소 사장 레이(오디드 페르)의 잔소리에 떠밀려 한숨 돌리지도 못하고 작업장에 내려간 틸다는 겉모습을 수시로 바꾸며 으르렁거리는 식인 자동차를 발견한다.
“<트랜스포머>처럼 차가 변한다고요?” 극중 정비공들의 대사를 좇아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떠올릴 것까진 없다. <하이브리드>의 자동차 변신 장면은 장면이 바뀌면 (같은 차라고 우기면서) 다른 차가 등장하는, 이를테면 비포 앤드 애프터를 제시하는 식이 대부분이다. 변신 과정이 없는 건 아닌데, 이 또한 무려 20년 전 등장했던 <터미네이터2>(1991)의 액체로봇 수준을 넘지 못한다. 자동차에 이식된 괴물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후반부도 공포감을 조성하기엔 역부족. 볼품없는 괴물을 사운드로 되살려보려 하지만 응급조치는 별반 효과가 없는 듯하다.
“인간을 살육하여 자신의 체온을 유지하고 진화하는” 식인 자동차는 마블사의 코믹북 <롬>(ROM)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유기체적’ 특성을 좀더 부여하는 식으로 살을 붙였더라면 어땠을까. 배우들의 리액션만으로 공포를 만끽하긴 어려우니 말이다. 레이와 틸다의 갈등을 보다 선명하게 부각시켰더라면 아쉬움이 덜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착신아리> 리메이크작인 <원 미스드 콜>의 에릭 발렛이 연출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