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부터 90년대에 걸쳐 운용된 미군의 초능력 부대를 다룬 <초(민망한)능력자들>은 의외로 선명한 구도로 진행된다.
한 부대의 동료였던 래리 후퍼(케빈 스페이시)는 시대에 잘 적응한 인물이고 빌 장고(제프 브리지스)와 린 캐서디(조지 클루니)는 시대의 부적응자다. 한편 그들과 엮인 밥 윌턴(이완 맥그리거)은 시대 변화 속에서 질문을 거듭하도록 ‘임무’를 부여받은 사람인데 영화의 주제가 ‘뭘 믿고 살아야 하나’라는 점에서 거짓말 같은 엔딩은 좀 의미심장하다. 심지어 주요 배경이 레이건부터 부시(그러니까 아빠 부시) 정부에 걸쳐 있다는 것 또한 의미심장하다. 이를테면 과연 이것은 ‘어떤’ 노스탤지어인가.
영화의 테마곡은 보스턴의 < More Than A Feeling >이다. MIT 출신으로 폴라로이드사에서 일하던 톰 슐츠의 여가활동에서 탄생한 보스턴은 화려한 기타연주와 단단한 화성으로 파워 팝의 기틀을 마련했고, 특히 이 곡은 영화의 막연한 향수를 제대로 자극한다. 그런데 노스탤지어는 사실 퇴행의 기반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래서 엔딩은 원점이다. 뭔가 바뀌리라는 믿음이 사라진 시대에 우리는 뭘 믿을 수 있나. 그러니까 연금복권 같은 거 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