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두진의 architecture+]
[architecture+] 학교가 좌우대칭 구조인 까닭
2011-08-25
글 : 황두진 (건축가)
<네버 렛미고>를 보며 억압의 장소로서의 학교를 생각하다
<네버 렛미고>의 헤일셤 외관. 좌우대칭형 건물은 행동과 사고를 규범적으로 만든다는 혐의를 받는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공통점이 있다. 학교는 억압 혹은 공포가 깔려 있는 장소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웰튼, <여인의 향기>의 베어드, <해리 포터>의 호그와트, 거기에 <말죽거리 잔혹사>의 정문고와 <여고괴담>의 이름을 알 수 없는 학교가 모두 그러했다. 이제 거기에 또 다른 이름이 추가되었다. 바로 <네버 렛미고>의 헤일셤이다. 영국의 어디 전원 지역에 있을 법한, 학생들은 모두 교복을 입고 기숙사 생활을 하며 선생님들은 뭔가 비밀스런 이야기를 감추고 있는 것 같은 이 학교의 겉모습과 분위기는 고색창연하고 서정적이기 그지없다. 장래의 위대한 예술가나 과학자를 키워내기에 적합해 보이는 외형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의 목적은 전혀 다른 데 있다.

<네버 렛미고>의 배경인 헤일셤의 학생들은 모두 클론이다. 그들은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키워지고 있다. 놀랍게도 그들은 재학 중에는 물론 졸업 뒤에도 자신들의 목적 자체에 대한 반항이나 저항을 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라고 감정이 없지는 않다.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며 배신도 하고 또 용서도 한다. 자신들의 운명에 슬퍼하며 약간이라도 삶을 연장(deferral)해보려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하나씩 장기를 잃어가고 결국 세상을 떠난다. 그들은 죽지 않고 ‘완료’(complete)한다.

학교란 어떤 곳인가. 나 또한 억압의 장소로서 학교에 대한 기억이 있다. 학교란 가장 전형적인 좌우대칭형 건물로 각인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축은 교장이나 교사 등 상위 계급만이 향유하며 지위가 낮은 존재인 학생들은 양옆으로 다녀야 한다. 이 점에서 학교는 관공서나 병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래 좌우대칭이란 건축에서 신인동형설(anthropomorphism)에 근거하여 인간 신체의 조형원리를 건물에 투사한 결과다. 그 동기는 이렇게 인본주의적이었을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대칭형의 건물은 사람의 행동이나 사고를 매우 규범적으로, 나아가 경직되게 만든다는 혐의를 받기도 한다. 파시스트 건축이 이러한 대칭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연이었을까, 영화 속의 헤일셤도 전형적인 대칭형 건물이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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