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진짜 이길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2011-08-31
글 : 주성철
<행오버2>의 미스터 차우

-저기요, 여기서 주무시면 안돼요. 요즘 매일 비가 쏟아져서 새벽에 얼마나 추운데, 입 돌아가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얼른 집에 가세요.
=오 꽐라꽐라, 하암~ 여기는 또 어디지? 으 추워. 니미럴 제가 여기서 얼마나 잔 겁니까?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빨리 일어나서 집에 들어가세요. 좀 있으면 버스 첫차 다닐 시간이에요. 우리 청소부들도 이제 좀 있으면 퇴근 시간이에요.
=아이 썅. 진짜 딱 한잔만 하려고 했는데 또 필름 끊겼네. 그나저나 제 친구들은요? 누구 본 사람 없어요? 준표랑 상원이랑 몇놈 있을 텐데. 아 정말 빌어먹을 녀석들, 끝까지 도와줄 것처럼 그러더니 또 나만 빼놓고 달아났군.

-근데 옷은 또 왜 다 벗고 계세요? 참 볼품없는 몸매인데.
=오 마이 갓! 진짜 내 옷 다 어디 갔어? 미치겠네 정말.

-술 마시다 옷까지 다 벗어젖힌 것도 모를 정도면 어제 굉장히 마셨나보네요.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제가 조그만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는데, 회원들이 따로 돈이라도 챙겨주지 않을 거면 점심이라도 공짜로 달라고 하도 보채서 투표에 부쳤었거든요.

-보아하니 얼굴도 반반하게 생기시고 시계도 명품시계 같고 잘사시는 분 같은데, 힘들게 일하는 회원들한테 밥 한끼 사주는 게 뭐가 힘드시다고 참. 일하는 회원이 그렇게 많나요?
=세명입니다. 저까지 하면 네명이죠. 그럴 때 제가 김치찌개 하나 시키고 공기밥 3개 추가해서 먹으면 되거든요. 김치나 단무지는 달라는 대로 주니까 전혀 부족한 게 없는데, 밥값을 왜 따로 달라는 건지 원.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고기나 두부도 늘 회원들한테 양보하는데 참.

-정말 독한 분이시네요. 그래서 투표 결과가 어떻게 됐답니까. 그런 투표로 이길 거라고 생각한 당신이 바보네요.
=세명 중에 한명이라도 제 의견에 동의하면 없는 일로 하는 거였죠. 사실 세명 중에 한놈은 오래전에 제가 구워삶았거든요. 그런데 걔까지 말을 안 듣는 거예요. 아이고 내가 그놈한테 속을 줄 몰랐지 젠장.

-그럼 지금부터라도 개과천선하시고 회원들 배고프지 않게 잘 먹이세요. 1인분 김치찌개 하나 시켜서 4명이서 나눠먹는 게 말이 됩니까. 그렇게 계속 주는 식당이 대단하네요 정말.
=사실 그 식당 주인이 제 친구거든요. 암튼 개과천선이고 나발이고 전 이제 집으로 갑니다. 투표에서 제가 지면 그냥 손가락 하나 자르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거든요. 엉엉.

-멀쩡하게 생긴 분이 왜 울고 지랄이세요. 암튼 주워놓은 우산 하나 챙겨드릴 테니 비나 피해서 가세요.
=몰라요. 이제 할 일도 없고 매일 술이나 마시며 허송세월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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