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쓸데없는’ 장면의 미덕
2011-09-09
글 :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세 얼간이>

성공의 얼굴은 제각각이다. 내게 그건 ‘진짜 가죽 소파’다. 너무 갖고 싶다. 그런데 나이 먹을수록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요컨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 말이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어떻게? 너른 집을 갖고 싶다. 어떻게? 지금의 한국사회는 이에 대한 답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해서 문제다. <세 얼간이>는 교과서적인 답이라도 내놓는다. ‘레이스’를 멈추고 순수한 청춘의 엑스터시를 찾아라! <바보선언>이나 <고래사냥>처럼, 젊은이는 멍청하고 무모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성공은 단지 그 결과일 뿐.

한데 국내 상영 버전은 불완전하다. 란초(아미르 칸)에게 ‘훅 간’ 피아(카리나 카푸르)가 공상에 빠지는 뮤지컬이 ‘한국 정서’ 때문에 편집된 것이다. 스윙을 기반으로 혼성 보컬의 조화가 돋보이는 <Zoobi Doobi>가 흐르는, 성적 에너지와 활력이 철철 넘치는 장면이다. 물론 보기에 따라 전체 맥락에서 불필요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런데 ‘쓸데없는 일에 매진하라’고 말하는 영화를 팔면서 ‘쓸데없어 보이는’ 장면을 골라내는 것도 꽤 ‘쓸데없어’ 보인다. 아니 어쩌면, 엔터테인먼트마저 생산과 효율을 따지는 게 ‘한국 정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부디 이 장면을 검색하면서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뭔가 깨닫는 게 있을 것이다. 뭐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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