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 적어도 1954년생 제임스 카메론이 감독한 두편의 SF전쟁영화, <에이리언2>와 <아바타>에 등장하는 해병들은 이 말에 부합하는 역전의 용사처럼 보인다. 그들은 한번은 LV-426 행성에서, 다른 한번은 판도라 행성에서 외계 생명체와 결전을 벌인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전쟁이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단 두 영화가 엇비슷한 미래의 시간대를 무대로 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제이크 설리가 자신의 아바타 실험을 기록하는 녹화용 캠코더 왼쪽 하단에 표시되었듯이, <아바타>의 시간대는 서기 2154년이다. 한편 <에이리언2>에서 57년간의 동면에서 깨어난 리플리가 웨이랜드-유타니사의 음모에 걸려들어 일군의 해병대와 함께 에일리언이 서식 중인 LV-426 행성으로 다시 되돌아가는데, 그 시간대가 서기 2179년이다. 그러니까 <아바타>의 전쟁은 <에이리언2>의 대학살극이 벌어지기 25년 전의 사건인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아바타>에서 덩치 큰 외계인과 백병전을 위해 제작된 이족보행 병기, AMP 슈트가 리플리가 ‘착용’했던 유압 피스톤 방식의 산업용 파워로더와 친족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해도 그리 이상하지 않다. 또한 동일한 이유로, 우주선과 판도라 행성간을 운행하는 발키리 셔틀이, <에이리언2>의 드랍십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용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두 영화 속 세계는 시간대뿐만 아니라 미래 전쟁의 이미지까지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 대목에서 지적해야 할 것은, 그 이미지가 카메론이 자신의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베트남전의 전략과 전술을 외삽한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아바타>의 틸트로더 방식 항공기, SA-2 샘슨은 용도 면에서 베트남전의 건십 헬리콥터, UH-1의 직계 후손처럼 보인다. 또한 영화에서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전투용으로 개조된 운송셔틀의 운용방식은, 베트남전 당시 록히드사의 C-130 허큘리스 수송기의 사례와 매우 닮아 있다. 특히 이 운송셔틀의 명칭이 ‘발키리’라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이름은 걸작 베트남 전쟁영화의 명장면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킬고어 중령의 헬리콥터 부대가 ‘발키리의 기행’을 사운드트랙 삼아 베트남 부락을 습격하는 <지옥의 묵시록>의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카메론 월드에선 베트남전이 미래 전쟁의 형식을 빌려 강박적으로 되풀이되고, 해병들은 베트콩의 대체물인 외계 생명체와 결전을 치르기 위해 반복적으로 미지의 전쟁터로 향한다. 명분 없는 전쟁이 남긴 트라우마가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일까? 그들은 베트남전 참전용사의 얼굴을 한 채 스크린의 표면 위에서 패전의 경험을 복기한다. 정말로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