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추모] 마운드 위의 다이아몬드
2011-09-27
<퍼펙트 게임> 박희곤 감독, 영화 속 인물 고 최동원을 기리며

고 최동원 감독님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 입장에서,
고인의 추모기사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두 영웅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쓸 때보다 몇배는 더 먹먹합니다.
며칠을 고민하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가 물러서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제가 고인을 우연히 뵙게 되고, 그 기억을 간직하고 산 지 올해로 30년째입니다.
어쩌면 그 30년 전의 기억이 시나리오를 쓰게 만들고, 영화를 만들게 한
동기이고 원동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3살에 만나 43살이 된 제가 고인의 이야기를 지금 영화로 만들고 있지만
안타깝게 보여드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감정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노트북 앞에서 계속 멍한 채로 앉아 있는데, 문득 시나리오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시나리오에 경남고교 시절 스승과 고 최동원 감독님의 대화장면이 있는데…
어쩌면 이 내용이 고 최동원 감독님의 생전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족하고, 부끄러운 글이지만, 이 글로 추모기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니, 내가 이렇게 힘들게 가르치서 밉제?”
“아입니더. 괜찮십니더.”
“니, 다이아몬드라고 들어봤제?”
“….”
“그기 말이다. 수만년에 걸쳐서 엄청난 열을 받으면서 만들어지는 기라 카데.
그렇게 귀한 건데도 처음 땅에서 캘 때는 고마 형편없는 돌댕인 기라.
그걸 닦고 다듬고 빛을 내야 우리가 보는 번쩍번쩍한 보석이 되는 기라.”
“….”
“마운드에 서몬 뒤에는 투수 등만 바라보는 선수들이 있다.
같은 팀인데도 잘 던지몬 질투하고, 또 못 던지몬 불쌍하다면서도 욕을 한다.
그걸 이겨내는 방법은 딱 한가지인 기라.
어깨가 빠지는 한이 있어도, 마운드에서 죽도록 던지는 거를 보여주는 기다.
남들보다 100배, 1000배 더 뛰고, 더 던지는 수밖에 없는 기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기 같은 팀 선수들을 위하는 길이다.
에이스는 그런 기다. 어쩔 수 없다. 에이스는 외로운 기다.”
“….”
“일구일생, 일구일사. 공 하나에 살고 공 하나에 죽는다.
그런 마음으로 던지몬 빛이 나는 진짜 다이아몬드가 되는 기라.”

고인을 추모하는, 고인에게 어울릴 만한 웅장한 글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지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부족한 글인 줄 알지만 감히 이 글을 고 최동원 감독님께 올리고자 합니다.
감독님, 이제 하늘에서는 부디 마음 편하게 야구를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글: 박희곤 사진: 85보도사진 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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