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과천국제SF영상축제가 9월30일(금)부터 10월16일(일)까지 총 17일간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다. 과천국제SF영상축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한 영화제가 아니다. 과학적 상상력과 영화적 상상력이 만나는 종합 에듀테인먼트를 표방하는 행사다. 올해는 ‘백두산 대폭발! 상상력으로 인류를 구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정재승, 김용택, 배명훈 등의 강연과 백두산 폭발에 대한 가상뉴스 공모전, 백두산 대폭발 시뮬레이션 영상, 어린이 상상백일장 등과 SF영화제가 한 섹션으로 마련됐다. 17개국에서 57편의 작품이 초청된 올해 SF영화제의 개막작은 <공각기동대> 시리즈의 세 번째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스탠드 얼론 콤플레스 소사이어티 3D>다. SF영화제는 재난영화를 다룬 GISF의 시선, 로봇 캐릭터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모은 자어인트 프렌즈, 일본 판타지애니메이션을 만날 수 있는 애니 스퀘어, 개성 강한 최신의 SF영화를 소개하는 SF 모던 타임즈, SF 고전을 다시 만나는 SF 명작 클래식, SF 단편모음인 펀 플래닛 등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최근에 제작된 SF 모던 타임즈의 작품을 소개한다.
호주 출신 리온 포드 감독이 연출한 <그리프 더 인비저블>은 누구나 어른이 된다는 명제를 거부하는 영화다.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은 괴짜 회사원 그리프는 혼자 슈트를 입고 동네의 파수꾼을 자처한다. 그러던 중 형의 애인인 멜로디를 소개받게 되는데 멜로디 역시 그리프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벽을 통과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리프의 투명인간 프로젝트를 돕는다. 일반인이 보면 과대망상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동안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철부지 같은 이들의 열정을 함부로 비난할 수는 없다. <그리프 더 인비저블>은 뻔히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믿고 싶은 천진난만한 판타지를 보여준다. 간혹 <파이트 클럽>과 <킥애스: 영웅의 탄생>이 연상된다.
남북전쟁과 우주정거장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 CF와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의 윌리엄 유뱅크 감독의 <러브>는 지구와의 교신이 끊긴 우주정거장에서 홀로 생활하는 우주인 캡틴 리(거너 라이트)가 황폐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편 고립된 우주정거장 안에서 캡틴 리는 한 세기 전 남북전쟁에 참전한 또 다른 캡틴 리와 조우한다. 인간의 상호관계 또는 기억에 대한 관념적인 고민을 담아낸 <러브>는 우주정거장 내부에서만 일어나는 반복적인 화면으로 가득하다. 서사가 배제된 컨셉을 극대화하기 위해 감독은 자신의 장기를 살린다.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슬로모션을 적절히 활용하여 감각적인 화면을 구성했다.
<통로>는 보이지 않는 기묘한 공간에 관한 영화다. 타일러가 어머니의 죽음으로 큰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타일러를 위로하기 위해 친구들은 산장으로의 휴가를 계획한다. 눈이 소복이 쌓인 숲속에서 타일러는 투명한 막에 휩싸인 공간을 찾아낸다. 이 공간은 어떤 통로다. 이상한 힘이 발생하는 통로에 들어선 친구들은 갑자기 폭력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산장의 다섯 남자가 중심이 된 <통로>는 화려한 CG나 세트가 없이 인간의 정신세계를 다루는 독특한 방식의 SF영화다.
<트랜스퍼>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일랜드>의 변종 같은 영화다. 다미르 루카세빅 감독은 인간의 장기를 판매하는 설정의 <아일랜드>보다 더 나아가 몸 전체를 판매하는 미래를 그린다. 트랜스퍼 시스템을 통해 노부부 헤르만과 안나는 아폴레인과 자하의 젊고 건강한 신체의 통제력을 갖는다. 다만 24시간 중 4시간은 통제력을 상실한다. 하나의 신체에 두개의 정체성이 기생하는 상황에서 자하가 임신을 한다. <트랜스퍼>는 <아일랜드>와 유사한 설정에서 시작했지만 불멸에 대한 욕망, 인종차별 등 고민거리가 더 풍부하다.
코리 맥비 감독의 <스팅그레이 샘>은 저예산 SF영화의 테두리 안에서 컬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영화다.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영화는 콜라주, 뮤지컬이 혼재된 독특한 형식으로 스팅그레이 샘과 콰사 키드라는 두 남자가 한 소녀를 구출하는 우주여행을 담았다. 그 밖에 주목할 만한 작품은 SF 명작 클래식 섹션에 있다. 조지 루카스의 <THX 1138>, 존 카펜터의 <괴물>,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 등을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영화제 홈페이지(http://www.gisf.org/)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