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파리. 조지(루 드와이옹)는 연인 시빌(아나 파드라오)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의대를 중퇴한다. 그로부터 몇년 뒤, 조지는 스스로 지골라라고 부르며, 매춘부들의 소굴인 피갈 거리를 주름잡고 있다. 돈 많은 귀부인들의 후원을 받으며 직접 접대부를 고용하는 포주가 된 것이다. 감옥에서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건달 토니(에두아르도 노리에가)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시빌에 대한 그리움에 자살을 시도한 조지는 병원에서 시빌과 닮은 의사 알리스(아나 파드리오)를 마주하고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고 애쓴다.
지골라는 순정만화에 등장할 법한 남장여성 캐릭터는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지 않는다. 남자들도 그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내 몸을 팔고 분노도 같이 팔아요.” 극중 간간이 등장하는 노래 가사가 넌지시 일러주듯이, 지골라의 남장은 일종의 무장이다. 지골라는 도박에 눈이 팔려 가족은 안중에도 없는 쓰레기 같은 아버지를 “내 인생을 망친 패배자”라고 증오한다. 그녀가 머리를 자르고 권총을 쏘는 건 아버지 자리를 대신하기 위함이다.
흥미로운 동시에 다소 모호한 대목은 지골라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후반부다. 지골라는 지금까지 한번도 꿈꾼 적 없는 ‘어머니 되기’를 선택하는데, 그 이유를 미뤄 짐작할 순 있지만 이 경우 영화는 도식적이고 단순한 욕망의 회로도가 되고 만다. <지골라> <아버지, 홀수, 그리고 패스> 등 감독은 자신이 직접 쓴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는데, 인물들의 심리를 제시하고 묘사하는 방식은 다소 거칠고 불친절하다. 교감신경까지 자극하진 못한다는 뜻이다. 남장이 잘 어울리는 루 드와이옹은 자크 드와이옹 감독의 딸이며, 그녀에게 매달리는 오데트 역의 마리사 파레데스는 <내 어머니의 모든 것> 등에 출연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르소나다.